웃는 얼굴로 떠오르는 사람, 대한문에서 만나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하샛별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대한문에서 밀양에서 싸움이 한창인 현장에서 늘 카메라를 들고 있는 하샛별 님, 자주 만나지만 또 이렇게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는 없었더라고요. 긴 연휴의 마지막 날 저녁,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처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작업 근황도 물어보고요. 영상활동가로 어떤 고민과 바람이 있는지도 들어봤습니다.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 그 카메라를 들고 있는 활동가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그 카메라를, 카메라 뒤 영상활동가들을 우리가 함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 하샛별입니다.
◇ 어떻게 사랑방을 알고 후원하게 되셨나요?
학교 다닐 때 인권동아리 활동을 했는데 참고할 자료들을 찾으면서 사랑방 홈페이지를 자주 들어갔었죠. 사랑방이란 단체가 있다는 것은 인권영화제를 통해 알게 되었던 것 같고요. 사랑방에서 매주 내던 인권오름을 보다가 열의가 생겨 우리도 뭔가 해보자 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인권뉴스를 모아 내는 작업을 하기도 했었어요. 그렇게 사랑방 활동에 대한 관심을 이어오다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게 되면서 현장에서 사랑방 활동가들을 알게 되었는데 좋은 사람이 많더라고요. ㅎ 학교 다닐 때 빚졌던 것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은 마음으로 후원을 시작했고요.
◇ 어떤 계기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게 되었나요?
영상 작업 쪽은 전혀 몰랐던 사람이에요. 빔프로젝트도 혼자 연결 못할 만큼 그쪽과 인연이 없었는데... 졸업하고 진로 고민할 때는 사회단체 같은 곳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그중에는 사랑방도 있었고요. 저에게 언제나 도움이 되었던 곳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왠지 모르게 가깝게 느껴졌거든요. 근데 어떻게 하다가 영상제작 교육과정을 듣게 되면서 진로가 확 바뀌었어요. 그때 교육 마무리로 짧은 영상을 만들어야 했는데, 학교에서 만났던 청소노동자 분에 대한 다큐를 만들었거든요. 그러면서 다큐 작업의 매력을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 다큐 작업에 어떤 매력이 있는지?
처음 만들었던 청소노동자 다큐 시사회 때 제가 찍었던 분이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참 좋다”고 말하셨는데 그 말이 참 감동적이었어요. 학교 다니는 내내 늘 만났던 분들인데 자기 모습을 스크린에서 보는 게 새롭고 또 특별했던 것 같아요. 내가 만든 이야기 속에서 삶의 주인공으로 스스로가 다시 보인다는 게 무척 기쁜 일이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달라진 것들도 있지만 그런 영화를 계속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어떤 순간 같은 게 있다면?
어떤 순간에 대한 기억보다는 제 위치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던 경험들이 떠오르네요. 이전에는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가던 사람이 아니었는데 카메라를 들고 가면서부터는 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아졌던 것 같아요. 위치가 바뀌면서 행동도 달라지는 게 재밌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는데... 지난 달 소식지에서 후원인 인터뷰했던 김성진 씨가 지금도 놀리거든요. 대한문 분향소에서 한창 싸울 때 자기가 잡혀가는데 제가 카메라로 찍기만 했다고, 그러면서도 경찰한테 뭐라뭐라 하면서 제대로 찍는 것 같지도 않더라고 하면서요. 그때 대한문 갔던 때가 카메라를 든 사람으로서의 포지션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던 시기였어요. 어떤 상황에서는 카메라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게 싫기도 하죠. 지켜보고만 있는 게 속상하고 그만 찍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근데 그게 내 역할이다 해요. 잘 담아서 빨리 작업해 보내줘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 순간을 잘 참는 것 같아요. 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 순간과 함께 그 다음 내가 해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하면 조금은 참기가 쉬워진 달까요. 그 시간을 견뎌야 하는 이유가 생기니까요.
◇ 작업 관련 근황이 궁금해요.
제게 “쌍차 다큐 언제 완성되니?”라는 질문은 명절 단골 질문인 “결혼 언제 하니?“와 비슷해요. ㅎ 목표는 올해 안에 꼭 매듭짓자는 것이긴 한데, 작업만으로 먹고 살 수는 없고 알바를 해야 하는데 그런 일이 정기적으로 있는 게 아니라 들쭉날쭉 있다 보니 마음먹은 대로 되지가 않네요. 내 보폭을 정해서 딱딱 나가면 좋은데 그러기 위해서 내 스스로 강제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결과물이 어떤 물질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결국 작업에 담고 싶었던 고민이 정리되어야 하다 보니 더뎌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작업이 늦어지면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한데 거리를 두지 않고 작업을 하다 보니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있는 것 같거든요. 고민이 계속 바뀐 달까. 처음 시작할 때의 기획의도와 목표가 있는데, 사람들과 부딪히고 경험도 달라지면서 작업에 대한 고민도 변하거든요. 지난 몇 년의 시간을 어떻게 정리할 건가에 대한 것이다 보니 쌍차 다큐 작업이면서 동시에 또 제 이야기인 거라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네요. “너 찍었다는 다큐 언제 나오냐?”고 주변에서 물어본다는데, 그런 면에서 운명공동체가 되었죠. ㅎ
◇ 故박종필 감독님과 김일란 감독님 소식에 많이 놀라고 슬펐는데, 그러면서 독립다큐 작업하는 분들에 대한 지지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 활동을 같이 하기에 더 고민되었을 것 같은데요.
현카(‘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게 힘을’)가 만들어지게 된 것도 그런 문제를 풀어보려고 했던 거였죠. 2012년 대한문 쌍용차분향소를 오가면서 ‘대한문에서 만나’ 영상팀을 만들어 활동했는데요, 현카의 1회 제작지원을 받았고 지금까지 함께 활동을 하고 있어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카에도 지원 등을 함께 하고 싶다는 연락이 오더라고요. 안 좋은 일이 생긴 뒤에야 관심이 생기는 게 일상다반사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전부터 반복되어온 건데 잠깐이 아니라 두텁게 고민하면 좋겠어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에도 힘을 모아야 하고요.
◇ 그럴 때 우선 바뀌어야 할 게 뭐라고 생각하는지?
바뀌어야 할 것 무척 많은데.. 우선 작업만으로 절대 생계 유지를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에요. ‘연분홍치마’의 “당기다 600” 프로젝트도 우선적으로 안정적인 활동비를 마련하기 위한 거고요. 이런 것과 함께 우리들이 하는 작업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있어야 하고요. 새 정부에서 지원사업을 하더라도 “너희가 좋아서 하는건데 왜?”라는 인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단기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고, 잘 쓰이려면 사회적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 전에 어느 재단에서 창작지원금 신청을 받는데 지원 기준이 따로 없고 선착순으로 하면서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있었대요. 이건 뭔가 싶더라고요. 제작과정에서 안정적인 작업환경 기반이 마련되면 좋은데, 만들어진 뒤에 정작 많은 사람들이 안보기도 하고 못보기도 하는 상황이거든요. 동네 근처 극장에서 <안녕, 히어로>를 한다고 해서 보려고 했더니 평일에 하루 한 번 아침 8시 상영이더라고요. 그걸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렇다보니 뭐 하나만 달라진다고 바뀔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 최근에 본 작품 중에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며칠 전에 <버스를 타자>를 다시 봤거든요. 인권동아리에서 함께 보고 지금까지 열 번도 넘게 봤던 거였어요. 추모영화제에서 다시 보는데 마음이 또 다르더라고요. 카메라를 들고 있는 박종필 감독 생각이 계속 나면서 저때 어땠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슬프기도 했지만 다시 보면서 정말 좋았어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꼭 보시면 좋겠어요.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건강하게 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영상활동가들을 지원하고 현장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가는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 힘을’ 활동에도 관심 가져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