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쓰
작년에 봉하마을에 방문했다가 봉하 막걸리를 마셔봤어요. 깔끔하고 가벼운 맛이 좋아서 같이 간 사람들 대부분이 몇 병씩 구입했는데, 돌아오는 전세버스 안에서 누군가 막걸리를 따기 시작했습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술병은 이 자리 저 자리를 돌아다녔고, 두어 잔 얻어마신 뒤 나른하게 집으로 간 기억이 있습니다. 각 지역의 막걸리는 그 지역을 방문하는 작은 즐거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 봉하마을에 갈 일이 있다면 꼭 맛보시기를 추천드려요.
민선
얼마 전 해남에 갔다가 100년된 주조장을 가게 되었어요. 해창막걸리라고 엄청 걸쭉해서 야구르트 같은 막걸리였어요. 막걸리 전문가게에 주로 들어가는 고가의 막걸리라는 이야기에 자꾸만 손이 갔고, 그러다보니 시음이 아니라 판을 벌리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판에 함께 했던 대부분 사람들처럼 몇 병을 샀어요. 서울 돌아올 때 무거워진 가방을 매며 후회도 했지만, 다시 먹어도 좋더라고요. 진한 사골국을 먹는 느낌이랄까. ㅋㅋ 훌륭한 막걸리가 많지만 그럼에도 제 인생의 막걸리는 장수막걸리인 것 같네요. 예전에 장수마을에서 활동하면서 주민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는 늘 장수막걸리도 함께였거든요. 탄산이 강하고 너무 달다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글쎄요 뭐. 술은 술 자체가 아니라 추억으로 마시는 것이기도 하니 말이에요. ㅎ
세주
술을 잘 못(안(?))마시는 나에게는 막걸리란 너무 멀리 있는듯 하다. 아마도 맥주처럼 종류마다 맛이 다를 듯 한데(사실 맥주들의 다름도 잘 모르는..) 그 차이를 느끼기에는 너무 내공이 없다. 막걸리도 자주 접하다 보면 그 매력애 충분히 빠질수 있을것 같은데.. 비오는 날에는 파전에 막걸리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다른 풍문에 의하면 막걸리를 잘못먹으면 다음날 상태가 매우 안좋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인지 막걸리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역시 막걸리 보다는 맥주가 좀더 편한것 같다.
디요
술이라는 것을 처음 접하던 시기에 함께 자리를 도모하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과 막걸리를 도전하던 날이 기억에 남는다. 다들 술을 잘 못마시던 시기라서 그랬을까. 사이다와 막걸리를 섞어 마시면서 ‘이걸 ‘사막’이라고 부른데’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다. 달달한 막걸리에 더 달달한 사이다를 섞은 사막에서 우리는 얼큰하게 취했다. 결국 대부분의 친구들은 그 ‘사막’을 몸에서 소화하지 못하고 다시 술집 한켠에 돌려놨다. 시간이 지나 사막에 대한 기억이 잊혀질 즈음 새로운 친구들과 또다시 사막을 마주할 일이 생겼다. 그런데 똑같은 술을 이 친구들은 사막이 아닌 막사라고 이야기해서 한참 서로의 동네가 이상하다며 갑론을박했다. 나는 수에서 밀렸고 그때부터 그 술은 나에게도 막사가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막이라는 이름이 더 괜찮은 거 같은데 알아주는 이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이제 더이상 막걸리와 사이다는 섞어 먹지 않는다.
아해
맛있는 막걸리는 맛이 있지요. >.< 그런데 사람에게는 역시 처음 접할 때의 기억이 중요한 모양입니다. 예전에 농활(농촌현장활동?)을 갔을 때 고사를 지내고 막걸리를 뿌리는데, 선배들이 하던 말, "막걸리는 묻으면 지워지지 않아!!"
헉, 되돌릴 수 없다니. 되돌릴 수 없다니... 그후로 나에게는 막걸리 먹을 때 튀지 않도록, 묻지 않도록 조심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데, 정말로 막걸리 자국은 지워지지 않는 것일까. 그때 청바지에 묻은 막걸리는 지워지지 않더라만.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