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방폐장 주민투표 즉각 중단하라!
11월 2일,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후 처음으로 군산시, 경주시, 포항시, 영덕군 등 4곳의 지역에서 실시되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이하 방폐장)’ 유치 찬반 주민투표 결과는 그 결과 여하에 상관없이 인정될 수 없다.
그것은 이미 유치신청을 낸 네 지역의 주민투표를 앞둔 불법과 부정, 관권개입이 도를 지나쳤기 때문이다. 각 지역의 방폐장반대대책위원회가 수집한 증거자료들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진상조사단이 현지에 내려가 조사한 결과 이미 이를 입증할 자료들은 너무도 많다.
각 지역의 부재자투표 신고율을 보면, 군산시는 39.36%, 경주시는 38.13%, 영덕군은 27.46%로 나타나 지난 총선 때의 부재자투표자 비율이었던 2-3%에 10배나 높게 나타났다. 이것은 공무원과 이장과 통장을 동원한 부재자신고를 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며, 그러다 보니 당사자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부재자신고가 되어 있기조차 하였다. 심지어는 지자체의 장이 유치 찬성 홍보활동을 지시하고,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같은 필적으로 부재자 신고서를 작성하고, 한 지역에서는 진상조사 활동을 나간 순간에서 100장의 부재자 투표 신고서가 무더기로 발견되기까지 하였다.
공무원들은 투표운동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을 돌면서 적극적인 유치 찬성 유도를 하고, 통장과 이장을 움직여서 부재자 투표신고를 하도록 독려하도록 하였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주민들의 올바른 판단에 도움을 주는 정도의 역할에 그쳤어야 할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찬성 투표운동을 했다는 것은 마치 6,70년대의 선거 풍토를 보는 듯하다. 이는 도, 시, 읍, 면, 동의 장들과 고위 공무원들이 하급 공무원들을 방폐장 유치 찬성운동에 대대적으로 동원하며 찬성여론을 조성하라는 커다란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각 지자체제는 방폐장 유치를 위한 현수막을 거리마다 내걸고 있는 반면, 반대 현수막은 제대로 내걸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지역 언론도 일방적으로 유치 찬성 기사만 써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지자체의 방폐장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불법, 관권개입의 행위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투표의 결과에 누가 승복할 수 있겠는가. 지방자치의 민주적 수준을 한 단계 높일 계기였던 이번 주민투표는 부재자 투표에서부터 그 취지와 의미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이번 주민투표는 과연 지금과 같은 주민투표제가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는가를 회의하게 만든다. 이번에 드러난 문제를 보완하고 제대로 된 지방자치의 발전을 기할 수 있는 주민투표제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방폐장과 같은 중요한 국책사업일수록 공명정대하게 민주주의의 원칙과 규칙에 따라 결정되어야 함에도 이와 같이 부정투표로 얼룩지게 한 책임을 우리는 정부와 각 지자체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부정투표 행위, 관권개입 행위는 명백히 민주주의의 근간을 유린하는 범죄행위이다. 정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1월 2일 방폐장 주민투표를 즉각적으로 중단하라. 그것만이 지금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 인권단체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방폐장 주민투표가 강행되는 것에 반대하며, 이후 투표가 중단되지 않고 진행된다면 지역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정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각 지자체의 책임을 다그칠 것이다.
부정, 불법 주민투표를 명분으로 방폐장 유치를 결정하였을 때 다시 부안과 같은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정부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2005년 10월 31일
인권단체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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