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자료]
전의경 제도에 관한 제언
전·의경제도는 한국전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후방의 빨치산을 토벌하기 위해 지구경찰대가 편성되었고 이를 모태로 1970년 12월 31일 대간첩작전 수행을 위해 전투경찰대설치법이 만들어졌다. 이후 1975년 12월 31일 법개정으로 전투경찰대의 임무는 대간첩작전 및 치안보조업무로 확대되었고 전투경찰은 주로 반정부시위, 파업 등의 현장에 투입되었다. 또 1983년에는 늘어나는 집회·시위에 대처하기 위해 치안수요 증가를 이유로 전투경찰대설치법을 개정, 의무전투경찰대가 신설되었고, 전경-의경의 이원체제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전·의경제도는 군사정권이 '대간첩작전'과 '사회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값싸게 치안병력을 확보하여 대정부투쟁을 탄압하기 위한 정권안보 수단으로 악용하였고 현재까지 존속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5년 전투경찰대설치법 및 시위진압명령 등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4인 소수의견으로 "전투경찰대로 전임되는 현역병은 대간첩작전의 수행을 임무로 하고 있을 뿐이므로, 경찰의 순수한 치안업무인 집회 및 시위의 진압의 임무는 결코 국방의무에 포함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전투경찰대설치법 중 '치안업무의 보조' 부분은 헌법 제39조 제1항의 규정의 정신과 제2항 규정에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건국대 법학교수인 이계수 교수 역시 "'대간첩작전 시'에만 출동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병력을 모든 일상적 시위현장에 투입시키는 관행과 그러한 관행을 현행법에 의해 정당화하는 해석은 헌법위반"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군과 경찰의 조직 및 임무의 구분이라는 헌법상의 국가구성원리가 사실상 파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의무경찰의 시위진압 동원 역시 문제다. 의경제도의 법적 근거가 되고 있는 전투경찰대설치법은 의경의 역할을 '치안보조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대 송기춘 교수는 2005년 열린 ‘전의경의 역할과 인권’ 토론회에서 “시위의 진압은 가장 격렬한 형태의 범죄대응이며 그 진압의 일선에 투입되는 것은 분명 보조적인 수준을 넘어선 본연의 치안 활동"이라며 "설사 전투경찰제도를 시인한다 해도 의경이 수행할 수 있는 임무는 '보조적'인 것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의경의 시위진압 동원에 반대했다.
전의경에 대한 인권침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기강유지를 이유로 이루어지는 부대 내 구타, 가혹행위나 선임병에 의한 성추행 등 인권침해와 이로 인한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수면 부족과 열악한 식사 환경, 길고 격심한 노동강도 등 혹독한 노동 환경이 강요되고 있으며, 국제노동기구 ILO의 기준에 따르면 강제노동의 환경에 처해져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정당한 집회 시위를 부당하게 탄압하는 과정에 전의경들이 동원됨으로써 전의경들의 양심의 자유는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정부는 대선 당시 전·의경제도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참여정부도 2012년까지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경찰은 치안공백 우려 및 재원확보의 어려움을 근거로 부정적인 견해를 주장해왔으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새로 임명된 어청수 경찰청장은 전의경 제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경찰청 통계 상으로도 평화적인 시위가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현재 시위 현장마다 시위 참가자보다 더 많은 경찰 병력을 동원하는 등 과잉 대응을 해왔다. 따라서 불필요하게 큰 시위 진압 병력을 동원하는 관행부터가 사라져야 하며, 치안공백과 재원확보가 전의경 제도 폐지를 번복할 이유는 될 수 없다. 전의경제도는 폐지되고 현재 복무 중인 전의경들도 더 이상 시위 진압 업무에 동원되어서는 안된다.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시위 진압의 경우,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직결되는 업무인 만큼 의무경찰 대신 전문성과 책임감이 높은 직업경찰관에 의해 수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자회견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하고
국제사회 유례없는 전의경제도를 폐지하라!”
지난 5월 25일 새벽, 경찰은 어청수 경찰청장의 지휘 아래 시민들의 첫 거리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한데 이어 25일 밤 신촌에서는 토끼몰이 진압을 하는 등, 시민들의 집회 시위를 무자비하게 탄압하였다. 이러한 폭력 진압은 물대포와 경찰특공대가 등장하여 인도의 시민들까지 폭행하고 연행하던 6월 1일 새벽 정점에 달했고, 여론의 질타로 다소 수그러든 지금도 계속하여 이어지고 있다.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시민들의 거리시위 현장에서 이러한 경찰 폭력과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활동을 해왔다.
우리들이 이렇게 경찰폭력 감시활동을 하며 목격한 상황들은 참으로 처절하였다. 경찰은 대치 중인 시민을 향해 오물을 투척하는가 하면, 강력한 수압의 물대포로 시민을 조준 직격하여 다치게 하고, 무방비로 도망가는 시민들을 쫓아가 곤봉으로 내려치고, 여럿이 시민 하나를 인도에 몰아넣어 짓밟고 연행하는 등의 경찰폭력이 저질러졌다. 심지어는 어린 학생의 머리를 방패로 내리치는 일까지도 발생하였다.
이러한 폭력적인 진압은 시민들의 정당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압할 뿐만 아니라, 그에 동원된 전의경들의 인권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우선 부당한 명령으로 전의경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고, 시민들을 막기 위해서라면 차벽 위나 골목 등 위험한 장소에도 무조건 내몰아 양측을 모두 위험에 노출시켰으며, 제대로 쉴 시간과 공간도 제공하지 않는 등 극심한 노동 강도에 시달리게 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인권침해 사례들을 모아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하려 한다. 아울러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군인을 시위 진압에 동원하는 위헌적인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고 현재 복무 중인 전의경도 더 이상 시위 진압에 동원하는 것을 금지시킬 것을 주장한다. 정부는 힘을 앞세워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력화할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시민들의 뜻을 따라야 할 것이다.
- 촛불집회 보장하라!
- 전의경제도를 폐지하라!
- 어청수 경찰청장은 퇴진하라!
2008년 6월 12일
인권단체연석회의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구속노동자후원회,광주인권운동센터,다산인권센터,대항지구화행동,동성애자인권연대,문화연대,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민주노동자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부산인권센터,불교인권위원회,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사회진보연대,새사회연대,안산노동인권센터,에이즈인권모임나누리+,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울산인권운동연대,원불교인권위원회,이주인권연대,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인권운동사랑방,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전북평화와인권연대,전쟁없는세상,진보네트워크센터,천주교인권위원회,평화인권연대,한국교회인권센터,한국DPI,한국게이인권단체친구사이,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전국 38개 인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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