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느 쪽에서 보더라도 범람하는 인터넷 뉴스사이트에서 인권사안을 포함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 현실에서 하루소식을 굳이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는 모두가 답해야 할 문제였다. 누구나 인권을 말하는 시대에 매일 발생하는 사건에 대해 단순보도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 다른 매체에서 뉴스를 쏟아내는 속도를 하루소식은 절대 따라갈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 그러면서도 인권운동의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고 진보적인 관점에서 이를 운동사회에 던지는 역할은 여전히 남아 있음을 우리는 공감했다. 비용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전할 매체를 가질 수도 없었고 이를 배달할 수도 없었던 시절, 팩스는 윤전기의 역할에 충실한 배달수단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팩스라는 형식, A4 2면이라는 형식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공감했다.
결국 수많은 매체에서 쏟아지고 있는 인권기사를 보면서도 만족감보다는 허전함과 무력함을 느끼는 문제는 우리 자신의 매체를 유지하고 끊임없이 발언하지 않는 한 채워지지도 해결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 결국 전문성과 진보성을 함께 갖춘 다양한 기사들을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가 남은 고민이 되었다.
단순보도를 지양하면서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심도깊은 ‘분석’과 ‘해석’을 해내기 위해 우리는 새로운 꼭지를 만들었다. 2주에 한번 독자들을 찾아가는 <문헌으로 인권읽기>는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 등 지난 역사 속에서 탄생한 인민들의 권리선언과 여러 인권 국제규약 등 역사 속에 파묻혀 있는 인권문헌을 발굴해 소개하고 이들 문헌이 나온 역사적 배경과 현재적 의미를 분석하고 있다. <뛰어보자 폴짝: 어린이와 함께 읽는 인권소식> 꼭지는 어린이에게도 들려줄 수 있는 쉽게 풀어쓴 인권 소식을 매주 담고 있다. 어린이 인권에 관한 소식, 혹은 일반적인 인권소식을 어린이의 눈높이와 감성에 맞춰 새롭게 쓴 기사를 통해 어린이들이 '갇힌 삶'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북돋우는 것. ‘움직이는 인권운동, 틈새를 연다’의 줄임말인 <움틈>은 기존 인권 개념의 재구성을 요구하는 새로운 인권의 시각,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인권운동의 발걸음 등 인권(운동)에 일고 있는 새물결을 2주에 한번씩 소개한다. 한편 그동안 하루소식은 주로 인권영화 또는 그와 관련된 소식을 부정기적으로 소개해왔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인권, 영화를 만나다>라는 꼭지는 이른바 '인권영화'라는 경계를 뛰어넘어 상업영화를 포함한 모든 영화를 인권의 잣대로 분석하게 된다.
팩스발송이 폐지되었지만 하루소식 준비과정이 더 수월해지진 것은 아니다. A4 2면을 넘치지 않기 위해 기사를 줄여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었을 뿐, 여전히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매주 인쇄판을 만들어 우편으로 발송하고 있다. 취재 과정은 달라질 게 없고 여전히 기자들은 적은데다 기사와 관련된 사진을 구해서 가공해야 하는 압박까지 있다. 물론 늘어진 문장을 잘 다듬어 논지가 명확한 기사로 다듬는 일도 여전하고 오히려 기사분량이 많아져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부담은 이번 개편의 문제의식, 즉 인권사안에 대한 분석의 깊이를 더하고 새로운 권리의 항목, 숨어있는 인권침해의 피해자들을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획을 해내야 한다는 점이겠다. 독자 여러분의 조언과 질책이 절실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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