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놀이방을 처음 시작했을 때, 친구들이 정말 올까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대추리로 향했어. 너무 일찍 도착해서일까? 놀이방 문을 열었더니 썰렁한 기운만 감돌 뿐 너희들을 볼 수 없었지. 앗! 걱정이 현실이 되는 건가?
다행히 약속한 시간이 되자 문이 열리고 하나, 둘 너희들이 들어왔지. 재잘대는 소리가 어찌나 반갑던지. 같이 놀자는 제안에 처음에는 주위를 맴맴 돌며 거리를 두더니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같이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덩달아 신이 났어.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같이 냉이를 캐러가자는 말에 모두들 휘리릭~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지. 우리가 싫어서일까 의기소침해 하다가 나중에서야 논, 밭을 옆에 두고 사는 친구들에게 냉이 캐러 가자는 건 전혀 새로운 놀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 뭐야. 그래도 좋았던 건 ‘아줌마’라는 호칭에서 ‘씩씩’이라고 부를 정도로 우리 사이가 가까워졌다는 거지.
그리고 그렇게 서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면서 일곱 번 ‘함께 사는 일요일’을 보냈지. 그런데 지금도 놀이방을 왜 시작했는지 궁금해 하는 친구들이 있을 것 같아. 미군기지 확장 문제로 한창 마을이 어수선한 날을 보내고 있을 때 어른들은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대책도 마련하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힘이 되어 주었지. 하지만 마을에 경찰이 들어와서 마을 어른들을 다치게 하고, 살던 집을 부수고 사람들이 나가 버렸을 때에도, 그리고 그 집을 다시 정리하고 들어와 사는 외지 사람들이 많아지고,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촛불 집회에 매일 매일 참석할 때에도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친구들에게 쉽게 설명해 주는 사람들은 없었어. 그래서 항상 궁금하고 불안하지만 그냥 그건 어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그래서 놀이방에서는 우리 친구들과 함께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더불어 친구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고민을 나누고 싶었어. 그러니까 지금의 상황을 우리 친구들이 그저 불안이나 절망, 패배로 기억하지 않고 무엇이 문제인지, 그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하나하나 이야기하고, 알아나가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놀이방을 열게 되었지.
아직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얼굴을 맞대고 생각과 느낌을 풀어나가면서 너희들 안에 정말 많은 상처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
갈수록 마을에 많은 일이 생기면서 불안한 마음만 눈덩이처럼 커졌던 이야기, 같이 놀던 친구들이 어느날 마을을 떠나거나 함께 학교에 다니던 친구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걸 보면서 속상했던 마음, 여자라서 주눅 들었던 이야기, 부모님이 헤어져서 따로 살아야 하는 이야기, 마을 일로 어른들이 바빠지면서 우리 친구들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아 서운했던 경험들 등 하나하나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 물론 아직 어떻게 그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여전히 어려운 문제지만 조금씩 서로의 마음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열어준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앞으로 언제까지 너희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 아직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우리 함께 하는 동안 희망을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다. 평화의 땅 대추리에서 우리 친구들에게 소중한 추억들이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며 그 길에 나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
황사 바람이 너무 심해서 친구들이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까 걱정 된다. 이번주 일요일에는 소풍도 가야하는데,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라며 우리 일요일에 만나.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