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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인 인터뷰

긴 호흡으로 한발, 한 발 나아갔으면...

긴 호흡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갔으면...
송지선 님과의 인터뷰

송지선님은 현재 역사 교사로 교육 현장에서 참교육 실현을 위해 애쓰고 있으신 사랑방 후원인입니다.
정리: 초코파이(돋움활동가)


@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어요. 인권운동사랑방 후원을 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이메일로 오는 소식지도 가끔씩만 열어보는 불량 후원인이에요. 그런데 인터뷰를 하신다니 좀 민망하네요.^^;;

@ 사랑방을 후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가장 결정적인 것은 사랑방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 친구의 권유 때문이었지요.ㅎㅎ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가야할 길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것이라면 그 핵심은 지금 소외되고 묻혀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밝히고 키워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인권’의 문제가 아닌 것이 있나 싶기도 하고요. 그만큼 사랑방의 활동이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요새 힐링이 유행하고 있는데 후원인님만의 힐링 방법이 있다면..
뭔가 ‘힐링’이라고 하면 건강에 좋고 뭔가 의도적으로 실천하는 것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 암튼 ‘힐링’을 살아가며 쌓여가는 각종 스트레스와 묵은 것들을 치유하는 거라고 한다면, 저는 ‘잠’을 많이 자요.ㅎㅎ 일부러 실천하는 건 아니고 그냥 제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머리와 마음 속이 여러 가지 것들로 가득 찼다 싶으면 저절로 잠에 빠져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일어나면 또 다시 뭔가 해볼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고... 이것도 ‘힐링’이라면 힐링이겠죠?

@ 휴가는 어떻게 보내셨는지? 또는 계획은?
특별한 계획 없이 보냈어요. 어디 여행을 다녀오지도 않았고요. 그냥 동네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시원한 대학 도서관에서 하루하루를 보냈지요. 집에서 더위에 낑낑대며 먹을 것을 만들지도 않고 도서관에서 나오는 저렴하고 맛있는 밥을 먹으며 우아하게 지냈어요. 그래서 뉴스에서는 폭염이라고 하는데 사실 더운지 모르고 이번 여름을 지낸 것 같아요.

@ 사랑방 활동 중 좋았던 것이나, 이런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나요?
얼마 전 용산참사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두개의 문'이 개봉했었죠? 전 개봉 첫날 보러 갔었는데요, 사실 크게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영화 흥행을 위해 저라도 좀 봐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개봉 첫날 보러 갔어요. 그런데 영화는 이런 불손한 마음을 가진 관객까지도 흠뻑 적셔주더군요. 다시 한번 용산을 가슴에 새기고 돌아왔습니다. 그만큼 영화라는 텍스트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큰 것 같아요. 사랑방에서는 해마다 인권영화제를 열어오고 있잖아요? 올해로 벌써 열일곱 번째더라구요. 앞으로도 변함없이 이어져 갔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 최근 왕따, 학교폭력 대책, 성폭력 대책 등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인권 문제가 있다면...
왕따, 학교폭력, 성폭력 등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수많은 아이들이 과잉 학습 노동에 내몰려 있는 게 제일 많이 느껴지죠. 대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그런 아이들대로 매일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잖아요. 이 아이들에게는 일과 시간 이후에도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자유가 원천적으로 막혀있는데, 수많은 어른들도 하지 못하는 일에 내몰리고 있는 것 같아요. 또 대학 진학에 관심 없고 공부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은 자신의 삶에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는 학교에서 ‘버티기’ 실력만 키워가고 있고 말이에요. 하루 종일 잠을 자며 학교를 견디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러울 때가 많아요.

@ 후원인들께 추천하고 싶은 특별한 무엇(책, 영화, 운동, 요리, 취미 등)이 있으시다면?
‘특별한 무엇’이라고 하니까 좀 부담되네요.^^;; 여러 분들께 추천하기 보다는 그냥 제게 즐거움을 주었던 아이템 하나를 소개할게요. 지금은 몸이 좋지 않아 하고 있진 않지만 ‘춤’을 배울 때 무척 즐거웠어요. ‘재즈댄스’라는 걸 오래 배웠거든요. 쭉 열심히 해 오진 못했지만 다 합치면 햇수로 6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제일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거울로 춤을 추는 제 모습을 똑바로 바라본 때였어요. 처음엔 제 모습을 거울로 보는 것 자체가 민망하고 힘들었는데, 나중엔 움직이고 있는 제 모습이 ‘예쁘다’고 느껴지기도 하더라고요. ㅎㅎ 좀 새로운 경험이었죠. 그리고 음악의 리듬에 맞춰서 몸을 움직일 때 어느 순간 음악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때는 정말 짜릿한 느낌이 들어요. 음악과 몸의 움직임이 함께하는 건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 사랑방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인권은 글자 그대로만 두고 보면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이지만, 일상생활 속에서는 쉽게 잊히고 훼손됩니다. 사람을 동등한 사람으로 보지 못하고 끊임없이 하나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 탓이겠지요? 이런 사람들의 마음이 뿌리가 깊은 만큼 사랑방의 과제와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중요한 과제일수록 멀고 우리 모두가 지치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해요. 우리 모두 '춤'이라도 추면서 긴 호흡으로 한발 한발 나아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