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활동가의 편지

취미생활 만들기

“지난 5개월 동안 휴직을 하면서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지만, 즐거운 취미생활을 하나 가지게 됐다. ‘만화그리기’, 그것이다.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 적절한 표현이 ‘취미생활’이긴 한데, 취미생활을 즐기기에 바쁜 사람들 틈새에서 취미생활로 5개월을 보낸 듯한 휴직은 몹시 쑥스럽다. 한데, 밝혔듯이 계획한 것이 아니라 기회가 좋았을 뿐이다. 하긴 뜸뜨기, 사진 찍기, 만화책보기 등의 취미생활을 전전해온(?) 몇 년의 전력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취미에 빠졌나 싶을 수도 있겠다. 어쨌건 지난 5달은 무척 새로운 경험이었고, 즐거운 시간이 됐다.
취미생활하면 왠지 부수적으로, 있으면 좋은 것으로 생각될 뿐이다. 나 또한 일상에서는 그것이 꼭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취미, 한두 개는 기본이지’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반드시’는 아니지 않은가? 주변을 보자면 누가 어떤 즐거운 취미를 가졌는지 잘 알 수가 없는데, 꼭꼭 숨겨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요즘 취미 없는 사람이 어딨어? 취미 좀 가져’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기에는 사람들은 너무 바쁘고, 때로 이 ‘취미’라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취미가 ‘없는’ 생활과 ‘있는’ 생활은 무척 달랐다.
결론적으로 취미를 권하는 뻔한 글이 되더라도 진실은 밝혀야 하겠기에..끝까지 쓰렵니다.^^;
몇 년 전부터 틈틈이 만화책을 보곤 했는데, 문득문득 ‘내가 왜 이것을 지금에야 알았는가?’하는 아쉬움마저 가졌었다. 으흐.. 언젠가 [사람사랑]에 사랑방 모든 활동가들이 새해인사를 하며 계획을 밝힐 때 ‘만화를 열심히 읽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때 즈음부터 일 것이다. 그 계획을 보고 풀무질 은종복 님이 만화책을 선물해서 계획을 북돋아 주셨던 것도 한몫했다. 이렇게 시작된 만화책 보기가 그리기로 발전해서 즐거운 취미생활이 됐다.
내 경우엔 볼품없는 그림이라도 요모조모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취미를 즐기는 또 하나의 기쁨이기도 하다. [인권오름]에 ‘싱싱고고’라는 꼭지로 만화를 넣는다고 하니까, 박래군 활동가가 펄쩍뛰며 ‘아니 그런 경우가 어딨어? 완전초보잖아. 다 배우기는 한거야?’라고 했듯이, 엄청난 특혜(?)를 받으며 시작한 셈이다. ㅎㅎ 어쨌든 다행인 것은 ‘싱싱고고’가 부담이긴 해도 나름 즐거운 활동이라는 것. 때때로 즐겁지 않고 부담이기만 한 활동도 많은데, 취미를 통해 즐거운 활동이 생긴 것이 참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이번에 만화그리기를 배우면서 특히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많이 샀는데(그대들의 부러움이 진실이라 믿으며..), 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나 배우는 시간이 정말로 즐거웠다. ‘배우는 것이 이렇게 좋을 수가’라고 몇 번이나 생각한지 모른다. 주변의 ‘좋겠다, 부럽다’는 말에 우습게도 내심 ‘응. 진짜 좋아!’라고 끄덕끄덕 거릴 정도였다. 마음속으로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진짜, 신이나요!’라고 자랑하고 다녔다고 보는 게 맞겠다. 물론 과제도 많고 못하는 거 투성이라 어려워서, 늘 기쁜 것은 아니었지만 싫지 않은 것이었다. 심지어 ‘나만 이렇게 좋아해도 되는 것인가’하는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으면 갈 데까지 간 것(?) 아닌가...
‘나만 즐거워해도 되나’라는 조금 미안한 마음을 면해보고자 ‘취미’를 권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보다는 진짜 즐거우니까 해보라고 권하는 것이 맞다. 다른 사람들도 기쁨을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 왠지 ‘전도’하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지만..^^ “‘다음에’라고 행복한 시간을 미뤄두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는 것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