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하면 왠지 부수적으로, 있으면 좋은 것으로 생각될 뿐이다. 나 또한 일상에서는 그것이 꼭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 ‘취미, 한두 개는 기본이지’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반드시’는 아니지 않은가? 주변을 보자면 누가 어떤 즐거운 취미를 가졌는지 잘 알 수가 없는데, 꼭꼭 숨겨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요즘 취미 없는 사람이 어딨어? 취미 좀 가져’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기에는 사람들은 너무 바쁘고, 때로 이 ‘취미’라는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취미가 ‘없는’ 생활과 ‘있는’ 생활은 무척 달랐다.
결론적으로 취미를 권하는 뻔한 글이 되더라도 진실은 밝혀야 하겠기에..끝까지 쓰렵니다.^^;
몇 년 전부터 틈틈이 만화책을 보곤 했는데, 문득문득 ‘내가 왜 이것을 지금에야 알았는가?’하는 아쉬움마저 가졌었다. 으흐.. 언젠가 [사람사랑]에 사랑방 모든 활동가들이 새해인사를 하며 계획을 밝힐 때 ‘만화를 열심히 읽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때 즈음부터 일 것이다. 그 계획을 보고 풀무질 은종복 님이 만화책을 선물해서 계획을 북돋아 주셨던 것도 한몫했다. 이렇게 시작된 만화책 보기가 그리기로 발전해서 즐거운 취미생활이 됐다.
내 경우엔 볼품없는 그림이라도 요모조모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취미를 즐기는 또 하나의 기쁨이기도 하다. [인권오름]에 ‘싱싱고고’라는 꼭지로 만화를 넣는다고 하니까, 박래군 활동가가 펄쩍뛰며 ‘아니 그런 경우가 어딨어? 완전초보잖아. 다 배우기는 한거야?’라고 했듯이, 엄청난 특혜(?)를 받으며 시작한 셈이다. ㅎㅎ 어쨌든 다행인 것은 ‘싱싱고고’가 부담이긴 해도 나름 즐거운 활동이라는 것. 때때로 즐겁지 않고 부담이기만 한 활동도 많은데, 취미를 통해 즐거운 활동이 생긴 것이 참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이번에 만화그리기를 배우면서 특히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많이 샀는데(그대들의 부러움이 진실이라 믿으며..), 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나 배우는 시간이 정말로 즐거웠다. ‘배우는 것이 이렇게 좋을 수가’라고 몇 번이나 생각한지 모른다. 주변의 ‘좋겠다, 부럽다’는 말에 우습게도 내심 ‘응. 진짜 좋아!’라고 끄덕끄덕 거릴 정도였다. 마음속으로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진짜, 신이나요!’라고 자랑하고 다녔다고 보는 게 맞겠다. 물론 과제도 많고 못하는 거 투성이라 어려워서, 늘 기쁜 것은 아니었지만 싫지 않은 것이었다. 심지어 ‘나만 이렇게 좋아해도 되는 것인가’하는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으면 갈 데까지 간 것(?) 아닌가...
‘나만 즐거워해도 되나’라는 조금 미안한 마음을 면해보고자 ‘취미’를 권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보다는 진짜 즐거우니까 해보라고 권하는 것이 맞다. 다른 사람들도 기쁨을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 왠지 ‘전도’하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지만..^^ “‘다음에’라고 행복한 시간을 미뤄두지 않아서 다행”이었다는 것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