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을 쓴 칠레 소설가 이자벨 아옌데는 자신의 삶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먹었던 요리에 관해 한권의 책으로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비슷한 류의 주제로 쓸 이야기가 무궁무진하지만, 제 욕망을 꾹꾹 눌러 사랑방 얘기만 하려구요.
저는 무엇보다 인권운동사랑방의 구심은 ‘밥의 힘’이라고 단언합니다. 진보적인 인권운동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토론하고 실천하지만, 그 밑에서 올라오는 결속의 힘은 함께 밥 먹으면서 형성된다고 자부해요. 같이 밥을 ‘하여’ ‘먹으면’서 피와 살, 뼈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에너지라고 할 수 있죠. 서로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일용할 양식을 준비하는 노동 속에 배인 수고에 고마움을 갖고 있어요. 진수성찬(?)이 차려지기까지 장보고, 재료를 손질해 조리하고, 밥상에 놓인 음식이 각자의 입을 거쳐 에너지로 환원되기까지.... 그 과정을 함께 거치면서 고운 정 미운 정이 쌓이죠. 우리말에 ‘식구’란 밥을 같이 먹는다는 의미가 있잖아요.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공동체는 그런 의미에서 각자가 서로에게 ‘식구’와 다를 바 없습니다. 게다가 중림동 사무실은 밥상을 펴고 앉아서 밥을 먹는 방식이어서 정말 ‘대가족’을 떠올릴 때가 많아요.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수다는 정말 다양합니다. 음식에 대한 품평부터 개인적이고 공동체적인 삶에 관한 에피소드까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설사 외식 약속이 있어도 밥 먹을 때 조금이라도 기웃거리는 것은 물론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배가 고파서이기도 하지만, 대화의 공간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바깥에 일이 있어도 인권운동사랑방에 와서 밥을 먹고 싶은 것은 물론 돈이 없는 이유도 있지만 음식을 통한 나눔을 공유하고 싶어서랍니다.
제가 이런 보살핌에 관심을 기울이며 의미를 부여하기까지 솔직히 저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어요. 집에서 얼마간 엄마, 아빠의 식사를 준비하는 노동을 하면서, 그동안 제가 성장하기까지 엄마에게서 받았던 노동이 조금은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아! 이렇게 힘든 일을 엄마는 공휴일도 없이 해냈구나! 그래서 그 노동이 때때로 힘들지만 나와 너를 살리는 노동이구나 라는 느낌. 그 노동을 평등하게 나누어 실천하는 사랑방이 좋아요.
이쯤 되니, 후원회원 여러분 왠지 인권운동사랑방 식사에 오고 싶으시죠? 언제나 환영합니다. 단, 오시기 전에 “밥 남겨죠”라는 전화 한 통화 센스 기억하세요. 식사의 분량을 가늠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