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갯벌 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도 죽어간다
이주영 / 정책팀 상임활동가
갯벌로 들어오는 넓은 바다를 시멘트 더미가 가로막고 있었다.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이라는 새만금의 방조제였다. 종교인들의 새만금 삼보일배가 새만금 사업의 문제에 대한 여론을 재환기하자, ‘이거 안되겠다’ 싶은 농업기반공사가 4호 방조제까지도 서둘러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해 버렸다. 뒤늦게 안 환경운동가들, 새만금을 반대하는 전북 지역 활동가들이 방조제로 돌진했으나, 끝내 막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2호 방조제의 일부가 아직 물길이 터 있긴 하지만, 물의 순환이 깨져 서서히 갯벌은 죽어가게 될 것이라 한다. 수년 전부터 새만금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져온 부안 사람 신형록 씨가 방조제 위에 서서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뒤가 시끄러웠다. 새만금 간척 사업 추진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훼방을 놓고 있는 것이다.
“전라북도에 사는 사람들의 소외와 한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이제는 핵 폐기장까지 유치하겠다고 하고 있지요. 어차피 망가진 것 돈이라도 받고 떠나자는 마음들인 거예요. 갯벌 살리기 운동의 가장 주안점은 방조제가 막히냐 안 막히냐가 아닙니다. 주민들이 돈이나 자본 앞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켜야 하는 문제예요. 방조제가 뚫리더라도 핵 폐기장이 들어오면 그만이예요. 돈이냐, 인간의 존엄이냐의 싸움이예요.”
신형록 씨의 이야기는 해창 갯벌로 가는 버스 안에서도 이어졌다. “갯벌에 저놈들이 살지 않고는 우리가 살지 못합니다. 꽃게가 알을 낳기 위해 이 곳에 오지 않으면 우리가 살지 못해요. 관광 수입 올리자고 그러는 게 아니예요. 바다와 갯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대안이예요. 그래야 우리도 행복해요. ‘인권’하면 주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즉 사회 속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해서만 생각해 왔잖아요. 이제 사람이 자연과 맺는 관계에서도 인권을 이야기해야 해요. 백인이 자연과 맺는 관계와 인디언이 자연과 맺는 관계는 다르다잖아요. 정보의 관점에서 자연에 접근하면, 사람의 인권까지도 앗아가기 마련이에요.”
어느덧 해창 갯벌에 당도했다. 새만금을 지키기 위한 솟대들이 갯벌에 비죽비죽 서 있다. 갯벌에 조심스레 발을 밀어 넣어 보았다. 부드러웠다. 다른 한편, 갯벌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 스트레스 받을까 조심스럽다. 몇몇이 가만히 서서 아래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봤더니, 연신 탄성이다. “모든 게 움직여. 움직이지 않는 게 없어. 저기 봐, 저것도. 여기 봐, 이것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죽은 듯 놓여 있는 자그마한 모든 것들이 살아있는 생물들이고 음식물을 흡수하고 호흡하고 있는 것이다. 게의 먹이는 갯벌 그 자체란다. 조개는 물이 들어왔을 때 물 속 유기물을 흡입한다고 한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이러한 것들이 정화 작용이고, 게나 조개 입장에선 생명 작용이다. 갯벌의 연체동물, 조개, 게, 오징어 등은 껍질인 석회를 만들기 위해 이산화탄소(Co2)를 이용해야 한다고 한다. 갯벌의 생명활동에 우리 인간들은 대기오염의 해결도 빚지고 있는 셈이다.
오늘(18일) 새만금 사업에 대한 본안 소송 심리가 열린다. 인간의 존엄, 그리고 갯벌의 소중함을 존중하는 결정을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