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역에 내려 골목에 들어서자 아득한 언덕이 보인다. 한숨 한번 쉬고 올라서 도착하니 예상 밖 조용하고 깔끔한 분위기. 단정히 옷을 입은 예쁜 언니 둘이 시큰둥하게 처다 본다. ‘사무직 직원도 있나?’ 자원활동가 담당자와 설명을 듣는다. 이 팀은 어떻고 저 팀은 저쩧고... ‘사람도 별로 없을텐데 팀까지 나누었네...’ 자유권 팀에 갔다. 사람이 없다고 하여... 방금 전 그들이 우리와 함박웃음을 보이며 인사를 나눴다. 자유권 팀이라고 하니 엄청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왜 그때 그리도 불안했을까? 두 사람의 번호를 받았다 오늘 전화한단다. 전화는 없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사랑방 처음 간 날 기억입니다. 처음을 잘 기억하는 편입니다. 사람의 첫인상, 태어나서 처음 가본 집회, 사랑방을 처음 알던 때, 첫 물대포의 기억 등... 처음과 익숙해지고 나서가 다를 때 보다는 비슷하거나 같을 때가 더 많습니다. 특히나 지금의 시국미사가 그렇습니다.
처음 정의구현사제단이 시국미사를 한다고 했을 때, ‘평화롭게 대치하다 끝나는 판이겠지’ 이것도 낙관적 예상,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를 하고 있더군요. 우리는 왜 구호를 외치면 안 되었을까요? 시민들은 나의 표현의 자유를 신부님의 권위라는 무기로 억제시켰습니다. 심판받는 날이라며 거리 행진을 지켜보겠다는 식의 거만한 말에 아직도 화가 납니다. 예수야말로 그 시대 피 흘리며 싸우던 혁명가가 아니던가요?
입에서 단내 나는 동네돌기 놀이에 반대가 일 것이라 믿습니다.
중요한 시기에 사랑방에 온 것 같습니다.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넘어 대운하, 교육, 건강보험 민영화, 공기업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 전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시대의 향수에 젖어 박근혜를 지지하여 MB를 뽑으신 아부지도 그를 비판하고 조중동은 보지 말자고 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희망적이고 무척이나 좋은 기회다 싶으면서도 이내 상상력 부재의 벽 앞에 놓이게 됩니다.
‘소수가 혁명적인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다수의 생각을 조금 바꾸는 것 보다 더 혁명적이지는 않다’라는 그람시의 말처럼, 운동은 진보성과 그 실천도 중요하지만 대중이 함께 하지 못한다면 빛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촛불집회라는 멍석이 깔아졌으니 우리의 상상력을 모아 신명나게 놀아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시민은 물론이고 엠네스티, ILO 등 국제기구의 항의까지도 무시하는, 곧 기네스북에 오른다는 MB벽창우가 시원스레 말을 알아먹을 때까지 말이예요~^^
활동가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