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병무청의 신체검사는 날림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날림이다. 겉으로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문제들은 외부 병원의 진단서가 없이는 아무것도 어떻게든 말 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 병무청의 신체검사는 불평등하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격차가 존재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몇 년의 시간을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잡아 놓는 징병제에 있어서의 이런 날림 신체검사와 불평등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왜 아직까지 거기에 대해서 그 어떠한 이야기도 없었을까?
빈부의 확연한 차이는 외부 진단서에 있다. 나 역시 오랫동안 병원에 다녔었다. 주기적은 아니었지만 문제가 있거나 그럴 때 종종 찾아가곤 했었는데 병무청에서 지정해준 병원들은 대부분 종합병원이기에 한번 진찰을 받을 때마다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돈 많은 사람이라면 돈 엄청 들여가며 종합검진도 받을 수 있지만 돈 없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병원에 가고 싶어도 어마어마한 치료비 때문에 가지 못하며 차라리 군대의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보고자 입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더욱이 최근에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며 군 입대를 서두르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군대에서 다치거나 죽고 있다. 그 안에서 얻은 병도 있겠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도 있을 것이다. 역시 그 안에 정신병을 앓으며 자살을 기도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내가 아는 친구도 가끔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졌었지만 앞으로 삶에 있어서 그런 기록들 때문에 불이익을 염려해서 군대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예전에 병무청 군의관이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돈이 없으면 돈을 벌어서 병원에 가라."
그런 쉬운 방법이 있었다니... 그렇다면 내가 앓고 있는 병들이 쉽게 해결되리라..
아쉬우면 돈 벌어서 병원 다니면서 진단서 받아오라며 아픈 사람에게 쉽게 말하는 병무청 군의관은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이야기했을까? 사람의 고통은 절대적이지 않다. 누군가 느끼는 고통을 타인이 ‘그 정도가지고’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공연하게 그런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자신들의 책임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은 보내고 보자라는 심보로 많은 사람들을 무더기로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군대에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사람을 채워야 하는데 그 사람 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군대에 가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삽질한다’라는 그 ‘삽질’을 한다. 그렇게 부족하다면서 정밀한 검사 없이 사람들을 끌고 가며 여전히 ‘삽질’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확실한 건 얼마 전 TV토론회에서 인권 활동가가 이야기한 ‘우리나라의 국방은 신이 관장하는 것이다’라는 표현이 정확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병무청에는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우리는 인간보다 국방이 더 소중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인간보다 국익이 우선이 되는 나라에 살고 있다. 그렇기에 개개인의 아픔과 상처는 쉽게 묵살되고 간과되는 것이 아닐까?
너무나 어마어마한 대의명분 때문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차근차근 하나 하나 어떻게든 바꿔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런 바램은 가질 수 있겠다.
“부디, 적어도, 제발, 어차피 징병제라면 돈 걱정 없이 병원에 다니며 검사 받을 거 다 받고 아무 문제없을 때 끌고 가세요.”
영민씨는 양심적에 따른 병역거부로 인해 현재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