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진
군대를 갓 제대하고 알바를 구하면서 나름 면접이란 걸 봤는데 면접 분위기도 좋았고 결과도 좋았지만, 면접하는 내내 왠지 내가 일방적으로 평가당하고 있다는 불쾌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면접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반응이나 그때 오갔던 이야기와는 전혀 무관하게 그 자리 자체가 불쾌하게 여겨졌다. 불쾌하면서도 잘 보여야 한다는 마음 또한 사라지지 않아서 더 우울했던 기억. 사실 그건 시작에 불과했는데, 어느덧 불쾌함보다는 잘 보여야 한다는 마음이 역전해버렸다. 갑과 을을 왔다갔다 하는 요즘, 알량한 갑의 자리에서 미끄러지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을의 자리에서는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유성
평생 갑의 마인드로 살았던 것 같다. 운 좋게 가질 수 있었던 몇몇 자원들 덕에, 그런 환상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는. 내게도 예외 없이 조여 오는 목줄을 느끼니, 세상 사람들이 달리 보인다. 좀 겸손해져야겠다. ㅎㅎ
ㅎㅊ
개인적으로 절 아는 사람들은 다들 알만한 이야기....
후보 철회. 여기까지!! 더 이상은 비밀이에요ㅋㅋㅋ
유성
충분한 숙고 없이 발언했다가,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지기도 전에 지레 겁먹어 철회하는 일이 가끔 있다. 발언은 꼭 숙고 끝에 하고, 한번 질렀으면 충분한 비 판적 검토가 이루어질 때까지 철회하진 말아야겠다. 이런 재미없는 일기장 반성 문을 여기다 쓰는 건 철회할까 하다, 숙고 끝에 그냥 두기로.
ㅎㅊ
사실 잘 모르겠다.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관계가 형성되면서 때론 갑이 되기도 을이 되기도 했다.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는 그러했다. 하지만 그곳에 다른 것들이 개입된 순간부터 난 을이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내내 사장이 집에 보내주지 않으면 혼자 궁시렁 거리며 어쩌지 생각하고 세입자로 살며 집주인의 눈치를 항상 본다. 학교에서 교사가 반항한다며 폭력을 행사할 때 저항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난 갑과 을로 고정되는 관계를 최대한 피한다만, 세상사는 게 절대 피할 수 없는 거였다ㅠㅠ 새로 이사한 집에서 주인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는 요즘. 새삼스레 갑을관계를 절감한다.
바람소리
갑이라.. 한번도 갑이었던 적이 없었던 듯... 그런데 슬프지는 않다. 다만 여러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내가 '을들의 연대'를 위해 열심히 실천한 적도 별로 없었던 같아 조금 아쉬울 뿐, 미안할 뿐.....사실 을들이 연대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나도 안다.. 그러니 을들의 연대란 '천천히 그러나 끈끈하게' 해야하는 것! 을로서의 삶을 살기도 힘든 시기인지라..... 그러니 놓지 말자, 을들의 연대!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자! 천천히 계속 가자고 다짐하는 수밖에
ㅁ
모든 관계가 권력관계라는데, 대부분 을의 위치성에 있지만서도 사적인 관계들 속에서 전 갑이 되고픈 맘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평등한 관계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미류
매주 상임활동가들이 돌아가면서 [인권으로 읽는 세상]을 쓰고 있다. 몇 주 전 주제가 '갑을'이었는데 원래 쓸 순서였던 활동가가 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몇 차례의 교환을 거쳐 결국 내가 쓰게 됐다. 덕분에 세 활동가에게 '갑'이 되는 거래가 성사, 호시탐탐 맛난 거 사달라 조를 기회를 엿보고 있는 중! 그런데 다들 바빠서 맛난 건 아직 머리 속에만 있다. 흑흑.
승은
20대 초반 영어회화 테이프 셋트를 엄청난 액수를 주고 구입했다가 반품을 한 경험이 있다. 가격이 몇 십 만원이었는데 당시로서 꽤 큰 돈이었다. 살 때까지는 내가 갑이 된 것 같은데 돌려주려 할 때는 을로 내 처지가 변해있었다. 돈으로 돌려받기까지 꽤 맘 고생을 했다. 지금도 기업은 소비자가 왕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 권리는 을의 위치에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