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편지

노란리본인권모임

<노란리본인권모임>은 각기 다른 환경에 있는 사회인들이 2주에 한번 모여 인권, 특히 세월호 참사, 재난 피해자의 권리에 대해 공부를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으려는 모임이다. 딱딱한 주제를 다루다보니 모임이 매우 진지할 것으로 예상되겠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모임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고 재미있게 뒤풀이를 이어간다. 어제 신년 첫모임도 참 좋았다. 뒤풀이에서 미주님이 노란리본인권모임에 대한 애정을 한보따리 풀어놨다.

  

“<노란리본인권모임>은 따뜻한 모임이에요. 항상 오고 싶은 모임, 힐링이 되는 모임이어서 안양에서 멀지만 모임에 꼭 참석하려고 해요”

  

며칠 전 비파나님도 그동안 쑥스러워 표현을 못했다며 <노란리본인권모임>이 마음의 언덕이라고 텔레그램 방에 올렸었는데,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생각했다. 누군가에겐 따뜻하고 힐링이 되는 모임, 누군가에겐 마음의 언덕인 <노란리본인권모임>은 나에게 어떤 모임인가?

  

나는 <노란리본인권모임>에 2017년 3월 30일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 모임으로 <노란리본인권모임>이 만들어지고 두 번째 하는 회의였다. 겨우내 완강하게 벌어진 촛불집회로 박근혜가 탄핵되어 내려오고, 그러자마자 기적처럼 세월호가 바다위로 떠올랐던 바로 그 즈음이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파면사유를 밝히면서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을 제외시켰던, 세월호 참사에서 국가의 책임문제를 희미하게 만들던 때였다. 그때 사랑방 후원인소식지 ‘사람사랑’ 에서 <노란리본인권모임>을 제안하는 글을 봤다. ‘국가폭력으로써 세월호 참사를 인권의 시각에서 살펴보자’는... 그 일을 하는데 조금이라도 참여하고 싶었고, 노란리본인권모임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 2년간 <노란리본인권모임>은 재난참사와 생명/안전의 권리, 인권과 국가의 적극적 의무, 재난 피해자의 권리, 상설적 국가재난조사기구의 필요성과 위상 등 한국사회에서 진지하게 고민되지 않은 주제들에 대해 공부해왔다. 처음 다루는 주제이다 보니 체계적인 자료목록도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공부는 많이 더뎠다. 무엇을 읽고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헷갈리는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그 갈팡질팡의 와중에서 재난참사를 인권문제로 바라보는 어떤 시선과 감각이 서서히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재난피해자를 권리의 주체로 위치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이런 주제에 대해 모임을 하면 할수록 서로 이야기할꺼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재난피해자를 바라보는 어떤 감각에 대한 공감대가 서서히 넓어지고 있는 것. 이게 노란리본인권모임을 지탱시키는 가장 큰 힘인 것 같다.

  

며칠 전, 조만간 이사 갈 전셋집에 잔금을 치루고 텅빈 집을 둘러봤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삶의 근거지를 새로 얻는 셈인데, 이 공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상상하면서 묘한 즐거움에 빠졌다. 노란리본인권모임도 내 삶의 중요한 근거지중 하나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모임에 기대어 작은 부분이라도 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 기획이 구상되고 실행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