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월담의 소식을 후원인 여러분께 알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퍼뜩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지난 사람사랑을 살펴보니 ‘활동이야기’라는 꼭지를 통해 월담의 이야기를 나눈 것이 정말 오랜만이더라고요. 그렇다고 활동을 멈추지는 않았는데 어찌 된 일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늦게라도 월담이 올해 시작한 활동을 나누면서 그동안 자주 소식을 전하지 못한 나름의 이유도 말씀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 글자 적어볼까 합니다.
다르게 움직여보자
2019년 월담은 야심찬 계획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한 변화는 월담의 일상 활동을 변화시켜보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최저임금, 파견, 노동 안전 등 공단의 주요 의제를 둘러싸고 공단의 상황과 정부 정책의 방향을 고려하며 월담의 한 해 활동 기조를 잡아 왔는데요. 이렇게 기조를 잡으면 일상적인 선전활동부터 실태조사, 특별 사업 등 여러 가지 활동이 기조를 향해 움직이도록 역량을 배치하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방식이었던 것이죠. 이런 방식의 활동이 넓은 공단에서 일일이 만날 수 없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포괄하여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유용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의제가 선택되는 순간 이미 각기 다른 노동자의 목소리를 하나의 방향에서만 부각하는 측면도 있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 방향을 바꿔보자고 이야기를 나눈 것입니다.
먼저, 꾸준히 해오던 소식지 배포와 상담 활동을 더욱 확대해서 공단 노동자도 더 많이 만나고, 상담하며 월담의 접촉면을 넓혀보자고 이야기 나누었는데요. 맨날 하던 활동을 양적으로 늘리는 것만을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공단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발견하면 그에 맞게 월담이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 중요한 변화인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월담에서는 더 다양한 이슈에 대응할 수 있어야하고, 공단의 상황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그에 맞게 공단 동향을 정기적으로 살피는 시간도 계획에 포함시키고, 상담 활동도 법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함께 활동하는 모두가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할 수 있도록 준비해보자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부터 지역 노동 상담소가 되겠다는 계획은 아닙니다. 월담이 공단을 향해, 또 지역 사회나 정부를 향해 필요한 목소리를 내야겠지요. 중요한 지점은 이런 목소리에도 월담을 통해 이야기를 던지고 싶었던 공단 노동자의 이야기를 더욱 잘 반영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월담이 활동하며 만났던 산업기능요원이나 현장실습생들의 이야기를 월담에서 잘 담아내고 또 이들과 함께 외칠 수 있도록 궁리를 해볼 계획입니다. 월담과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조력도 해가면서 말이죠.
또한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대응 방안을 모색해볼 계획인데요. 사실 저희가 어떤 활동을 하든 무관하게 직장 내 괴롭힘은 꾸준히 상담 요청이 들어오는이슈입니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괴롭힘을 당하면 함께 문제 해결을 모색할 동료도, 마땅한 제도적 대응책도 없는 상황인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만들어지기도 한 것일 텐데요. 하지만 ‘직장 갑질’에 분노하던 노동자들의 문제의식에 비하면 실제 노동자가 권리를 행사하기에는 턱없이 미비한 제도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상담을 요청하는 공단의 노동자들과 함께 푸념만 나눌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비한 제도라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제도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어떤 개입을 해나가면 좋을지를 궁리하고 또 대응하기로 한 것이지요.
그러나, 두둥
이렇게 열심히 2018년을 평가하고 2019년 계획도 세웠지만 계획을 실현시키는 일은 또 다른 문제더군요. 무슨 변명을 하려고 이러느냐고요? 변명 아닌 변명을 드리면 사실 월담이 이런 계획을 원활하게 실행하기 위해서 사업비 마련을 위한 프로젝트 공모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운이 나빴던 것일까요. 공모 사업에 두 번이나 선정되지 못하면서 급작스럽게 사업비가 부족한 상황이 생겨버렸습니다. 급하게 재정을 검토하면서 어떻게 해야 올해 사업을 실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새로운 계획마련에 돌입한 것이죠.
그래서 다시 한번 만들었습니다. 월담 뱃지.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2016년도에 월담이 이사를 하면서 보증금 마련을 위한 뱃지를 판매했었는데요. 3년 만에 다시 뱃지를 만들어 판매하기로 한 것입니다. 상반기 일정을 조정해 ‘단결 투쟁’이라는 글자를 새긴 뱃지를 만들어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조금 문구가 투박해도 디자인이 빛을 발한 것일까요. 영세 사업장 노동자도 함께 투쟁할 수 있도록 열심히 조직하라는 마음을 모아주신 덕분에 뱃지 판매는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월담에 함께하는 모두가 열심히 홍보한 덕분이기도 하고요. 특히 사랑방의 모 활동가가 집회 현장에만 나가면 뱃지를 너무나 잘 팔아서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했더랍니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에도 월담은 다시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상담은 물론 쉬고 있지 않았고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7월부터는 실행된다고 알리는 작업도 시작했고, 또 하반기에 현장실습에 들어가는 청소년들도 만날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조금 늦어졌지만 늦은 만큼 더 열심히 더 알차게 2019년을 보내려고 합니다. 후원인 여러분들도 함께 지켜봐주세요. 그런 의미에서 가슴에 월담 뱃지도 달아주시면 더욱 힘내서 2019년 월담의 활동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네요. ^^;; 그럼 조만간 월담의 활동 소식을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 단결 투쟁 뱃지를 원하시면 이곳에서 신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