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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세계인권선언의 의미를 찾아서

사랑방 신입활동가로 활동을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나고 어느새 성큼 다가온 6월. ‘신입’을 뗄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한 3개월간의 교육기간 동안 사랑방의 역사와 현재의 활동 의제까지 여러 1:1 ‘밀착형’ 교육을 받았습니다. 상임활동가 대용이 “인권운동사랑방 신입 활동가가 되면 여러 가지 ‘특권’을 누릴 수가 있다”고 말한 그 특권은 바로 이런 신입활동가 교육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1 교육만 있는 것은 아니고, 상임활동가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세미나형 교육도 여러 차례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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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처음으로 4월 동안은『인권을 찾아서』(조효제, 2011, 한울아카데미)를 함께 읽고 세계인권선언의 역사적 탄생과 현재적 의미를 살펴보는 세 차례의 세미나를 가졌습니다. (갑자기 “몽 교육을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고민하고 애 쓰는지 알겠죠…!” 생색내는 담당 모 활동가의 목소리가 떠오르네요...!)

 

세계인권선언의 역사성과 현재

 

2차 세계대전이라는 인류의 참상 이후 인권의 증진이 왜 평화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교훈으로서 탄생한 세계인권선언. 세계인권선언은 ‘인간’이라는 조건만으로 모든 인간에게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보편성’을 선포한 최초의 문헌이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선언 자체를 비롯해서 각 조항들이 만들어진 역사적․사회적 배경과 의도, 각 조항에 대한 옹호와 비판 등 논쟁을 따라가며 그 의미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년 12월 10일이 채택 70주년이었던 만큼 세계인권선언은 역사가 깊은 문헌이지만, 그 구성과 조항의 의미를 ‘통으로’ 되짚어본 경험이 없는 저에게는 인권의 역사를 통해서 인권을 어떻게 이해하고 현재 운동의 쟁점과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인지 함께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이해하는’ 인권이 무엇인지에 대해 현재까지도 많은 논쟁이 있는 만큼 세계인권선언이 가진 조건과 한계점이 있고, 또 저자의 표현처럼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구닥다리 문서’로 여겨질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원칙’ 자체가 아니라 ‘원칙의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과거와 현재에서 동일하게 반복되고 있는 사안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아요. ‘원칙이 있으면 뭘 해? 실제로 아무 힘도 없고 아무것도 바꾸기 어려운데…’ 하는 무력감이 드는 순간에,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여전히 변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다시 무엇을 주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니까요.

 

평등, “그 어떤 종류의 구분도 없이”

 

신입활동가 교육기간 동안 하루 종일 교육만 계속 받은 것은 아니고, 마침 저도 이전 활동 경험이 있고 사랑방에서 주요하게 결합하고 있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 결합하며 활동을 조금씩 시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인권을 찾아서』를 읽으면서도 유난히 ‘차별’이라는 단어에 더 눈길이 가게 됩니다.

세계인권선언에 ‘차별’이라는 말이 몇 번 나오는지 알고 계신가요? ‘차별’(discrimination)이라는 말은 네 번, ‘구분’(distinction)이라는 말은 두 번 등장합니다. 세계인권선언에서 금지하는 차별의 사유로 등장하는 사례들은 모두 12가지인데,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19개의 차별사유가,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검토해온 안에는 26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 이후로도 얼마나 많은 인권 의제들이 새롭게 ‘발견’되고 제기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점은 차별사유 숫자를 통해 세계인권선언의 현재적 한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밖의 지위에 따른 그 어떤 종류의 구분도 없이”라는 말을 통해 세계인권선언이 강조하고자 했던 평등과 반차별 전제가 현재의 차별금지법제정 운동에 어떤 원칙을 제시해주고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별금지법제정 운동이 2007년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차별금지 사유를 삭제하려는 시도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그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인권의 상호의존성이나 불가분성이라는 주요한 특징을 떠올려보면, 차별금지 사유를 삭제하려는 시도는 단순히 인권의 축소나 제약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환기하게 됩니다. 『인권을 찾아서』 세미나를 하면서 여러 관련 논문들을 활동가들과 함께 읽기도 했는데요, 권리가 진공상태에서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추구되는 것이라는 세계인권선언의 정신, 인간/인권은 서로가 서로에게 권리를 부여하고 상호 인정하는 ‘호혜성의 원리’ 바깥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발리바르와 아렌트의 논의를 통해서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연대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3차례의 진한 세미나 후에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다면…! 세계인권선언이 시대적 산물이자 국가 간 합의의 결과라는 조건 위에서 탄생했지만, 그것을 ‘한계로 남겨두지 않을 때’ 새롭게 제기되는 인권 의제의 변화를 통해 세계인권선언의 중요성을 현재에도 다시 발견할 수 있고 인권을 발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정한 조건을 한계로 남겨두지 않으려는 노력, 그것이 인권운동이 계속 추구해야 하는 관점이자 과제라는 점을 기억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