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7년차를 맞는 월담, 연초 밤샘 워크숍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전망을 치열하게 논의했다. 그리하여 공단노조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논의와 준비를 해나가기로 했다. 공단노동자 조직화를 목표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월담은 각종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공단의 현실을 파악하고,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만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하청의 연쇄 고리 끝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해야 하고 고용불안정과 저임금의 현실에서 일자리를 찾아 계속 이동하며 일하는 공단의 구조적 조건들을 살피면서, 사업장별 노조가 아닌 공단노조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올 한해 내부 논의를 지속하며 공단노조를 향한 방향키에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한 준비를 해보자는 것이다. 공단노조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지, 구체적인 상은 무엇이고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길 기대하며 다른 사례들, 관련 연구자료 등을 검토하며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3~4월 두 차례 워크숍을 통해 노동조합을 만든 몇 가지 사례들을 보았다. 어떤 계기로 노조를 만들었는지,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방해하고 탄압하는 회사에 어떻게 맞섰는지, 더불어 기존의 사업장별 노조와 사업장 내 교섭 형식에서 벗어난 개별가입과 초기업 단위 교섭 형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IT업계부터 자동차부품업체까지 다양한 현장에서 노동조합을 만든 사례들을 살펴보는데, 저임금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노동조건부터 비민주적인 조직운영까지 문제로 지목되고 바꿔내려는 것 또한 다양했다.
하지만 이를 관통하는 공통적인 키워드가 보였는데, 바로 부당하다는 감각을 조직한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노동현장도 전근대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라졌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인격은 집에 두고 출근하라는 것이 조언이 되는 현실이다. 그만큼 ‘존중받는 노동’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더욱이 촘촘한 하청구조 속에서 불안정 노동이 만연해진 조건에서 언제든 ‘짤릴 수 있다’는 두려움은 부당노동 지시나 각종 괴롭힘을 ‘살아남기 위해서는’ 참고 견뎌야 할 것으로 만든다. 그래서 노조를 만들고 함께 해온 경험은 노조라는 ‘이익단체’ 이상의 의미로 짚어졌다. 노동자로서 존중 받고 동료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일터에서의 경험과 관계를 새롭게 쌓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를 불온하게 여기는 현실에서 노조할 권리는 여전히 노동자들에게 멀다.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 사측은 폭력까지 동원해 탄압에 나선다. 고사, 와해, 파괴 등 사측에서 노조를 못 만들게 하고 만들었다면 깨기 위해 온갖 짓도 서슴지 않는 사례들을 보며 ‘전쟁’이 펼쳐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노조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으며, 만들기까지의 과정에서나 만들고 난 후에서의 과정에 대한 준비와 대비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자료를 보니 노조라는 무게가 더 묵직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월담이 그리는 공단노조를 구체적으로 고민하는데 참조할 수 있는 사례는 찾기 어려워 막막하기도 하다. 하지만 공단노동자들과 함께 도모하는 날을 기대하며 월담의 활동은 계속 된다. 코로나19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제보를 받기도 하고, 현대위아 노조와 모베이스 노조와 함께 진행했던 실태조사에서 만난 노동자들과 작은 모임도 시작해보려고 하고 있다. 이후 워크숍에서는 공단 노동자들과 어떻게 도모할 수 있을지, 공단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무슨 과제들이 있는지, 누구와 어떻게 싸울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올해 월담에서 쌓아갈 시간이 공단에서 하나의 점처럼 각자 살아내던 사람들이 만나고 모여 선이 되고 면이 되는 모습을 그려가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