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준비했던 ‘빠듯하지만 뿌듯하게, 인권운동사랑방 후원인 하기’ 집중 기간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2020년 상반기에 계획되어 있던 후원인 모집사업이었지만 시기가 말리면서 재정 적자의 상황이 더욱 장기화 되었는데요. 오르락 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타는 코로나19 상황은 물론, 생계와 생활의 빠듯함에도 불구하고 말 그대로 ‘뿌듯하게’ 마음 내어 신규 후원과 증액을 신청해주신 분들이 계셔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사랑방에 기꺼이 마음 내어 주신 후원인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빠듯하지만 뿌듯하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3월은 후원인 소식지 <사람사랑>의 300호를 발행했었는데요. 그때 사실 후원인 모집사업에 대한 예고편이 나갔습니다. 기존 후원인에게 사랑방을 후원하는 이유를 여쭤보기 위한 설문도 하고, 무려 후원인 네 분을 동시에 만나는 집담회를 통해 사랑방에 활동에 대한 피드백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상황으로 후원인 모집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사실 조금 힘이 빠지는 상황이 되었죠. 하지만 어려워지는 상황이 저희만의 문제도 아닐뿐더러, 후원인 모집만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운동의 조건이 어려워지기는 매한가지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럴수록 사랑방은 위축되지 않고 사랑방은 사랑방의 운동을 잘해나가면서, 모집 사업은 상황에 맞추면서 (시기는 조금 미뤄졌지만) 사랑방의 고민을 잘 나누기 위한 방향에 맞춰 진행해나가기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사랑방의 활동을 꿰어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반월시화공단노동자 조직화 활동부터,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공권력에 대한 감시 활동,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모색, 낙태죄 폐지와 기후위기대응 활동 등 사랑방이 다루는 다양한 의제부터, 인권활동가의 고민을 연결하고 이어가기 위한 인권운동더하기와 같은 네트워크, 사랑방의 관점을 담아 매주 발표하는 ‘인권으로 읽는 세상’까지 더하면 참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문제는 사랑방의 활동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시링방이 다양한 의제로 활동하지만 참 대중없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저희는 여러 상황과 조건, 활동가들의 의지와 고민을 결합시켜가며 활동을 펼쳐나가는데, 이것들을 하나의 사랑방 운동으로 꿰어서 설명하려고 하니까 막막해졌달까요. 그래서 이를 어떻게 하면 간결하게 후원인 모집사업에 담아 볼까 고민해서 나온 결과가, 현재 사랑방 활동가와 운동을 연결시켜 드러내는 방식이었습니다. ‘빠듯하지만 뿌듯하게’ 사랑방의 활동가들은 어떤 고민과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지 담아보자는 것이었죠.(https://with-sarangbang.or.kr)
영등포공원에서 ‘빠듯하지만 뿌듯하게’ 프로필 촬영~
두 번째는 이렇게 꿰어낸 고민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였습니다. 후원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큼 사랑방의 운동을 함께 고민하는 관계도 확장해야 한다고 고민한 것이지요. 처음에는 다른 단체처럼 후원의 밤을 기획해서 사랑방의 이야기를 전하고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볼까도 고민을 했었는데요. 코로나 상황도 있었지만, 조금 더 넓게 사랑방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조금 뒤 늦은 감이 있지만 사랑방에서도 처음으로 SNS를 시작하고(페이스북에 ‘인권운동사랑방’을 검색해보세요!), ‘빠듯하지만 뿌듯하게’ 활동하는 사랑방의 이야기를 담은 웹페이지를 제작했습니다. 여기에 각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카드뉴스와 브로셔도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세 명의 활동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사랑방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랑방의 동료, 후원인의 시선에서 사랑방 활동가를 바라보는 인터뷰 ‘지금 만나러 오세요’를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혹시 아직 못 읽어보신 분이 계신다면, 첫 인터뷰 정독 권합니다!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인터뷰 01. 지금 만나러 오세요 : 가원 편
‘국제인권(만)’하는 사람은 없으므로
뿌듯하기만 한 후원인 모집의 과정
준비한 기획을 하나씩 펼쳐나가는 것이 사랑방의 메시지를 전하는 과정이라면, 모집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또 다른 축은 직접 조직 활동입니다. 주변 동료, 친구, 지인에게 사랑방의 모집 사업에 대해서 알리고 후원을 요청하는 일은 참 입이 잘 안 떨어지면서도 동시에 가장 뿌듯함을 경험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집 사업이 시작한 첫 일주일은 전화로, 문자로, SNS로, 각종 방법을 통해 사랑방이 모집사업을 알리는 것에 모든 활동가가 집중했습니다. 당연하지만 후원요청은 거절당하기도하고, 때로는 쓴소리를 넘어 기분이 상하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다시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일에 부담이 더해지기도 하고요. 하지만 마음의 부담을 떨치고 다시 전화기를 붙잡고 나면 부담이 무색할 만큼 수년 만에 연락한 친구가 마치 어제 연락했던 것처럼 안부를 물어주기도 하고, 기꺼이 사랑방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그러면서 ‘빠듯하지만 뿌듯하게’라는 저희의 메시지가 마음을 움직였다는 따뜻한 말과 함께 후원 신청이 들어오면 정말 모집사업은 뿌듯한 일이라고만 생각하게 됩니다.
후원인 모집의 뿌듯함을 느끼는 과정은 동시에 인권운동사랑방이라는 단체의 물적인 토대인 후원이 어떤 관계에서 출발하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저는 사랑방의 메시지를 전하고 후원을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서로가 수화기 너머에 있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조금 더 평등한 세상을 위한 고민과 실천을 이어가기 위한 고민으로 연결된 관계임을 확인하는 것이지요. 후원을 요청받고, 결심하는 일은 자신의 자리에서 인권 운동을 조금 더 가깝게 두고 고민을 이어가려는 의지이자, 사랑방이라는 조직에 대한 기대를 드러낼 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방이 많은 후원인을 모으는 일은 그만큼의 마음과 의지를 잘 담아내서 다시 인권운동사랑방의 고민으로 소화하고 다시 풀어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함께 말입니다.
1000명의 인권운동사랑방 후원인을 꿈꿔봅니다
후원인 모집사업을 하면서 개인적인 욕심이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사랑방이 후원인 1000명을 모으는 것인데요. 1000이라는 숫자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다만, 사랑방 운동을 지지하는 관계가 늘어날수록 사랑방도 사랑방의 고민을 확장하기 위한 토대가 더욱 마련되는 것이니까요. 그 토대로 사랑방에 새로운 활동가가 사랑방에 함께 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방과 같은 활동가 중심의 조직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이어가는 활동가만큼 더 풍성한 고민을 이어갈 수 있거든요. 지난 3년 동안 사랑방이 3명의 새로운 상임활동가가 함께하며 고민도, 활동도 확장해 왔던 것처럼 말이죠.
제가 대략 가늠해보니 사랑방의 후원인이 1000명이 되면 지금까지의 적자를 메꾸는 것을 넘어 사랑방의 자체 기금인 활동가 지원 기금을 다시 준비할 여지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사랑방은 새로운 활동가와 언제든 함께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기금을 모아두는데요. 이 기금을 작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이제 바닥을 보이고 있었거든요. 후원인 1000명이 되면 이를 다시 채울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상상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만 된다면 적어도 사랑방에 관심을 두는 사람에게 사랑방에서 활동해보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돈 때문에 주저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이렇게 적고 나니 1000명은 참 원대한 욕심인가 싶으면서도 ‘뿌듯한’ 욕심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적다 보니 개인적인 바람을 너무 늘어놨네요. 꼭 활동가가 늘어야만 사랑방이 확장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활동가를 늘리는 것이 꼭 아니더라도 빠듯하지만 뿌듯하게 인권운동사랑방을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는 만큼 사랑방의 운동을 더욱 키워나가기 위한 스텝은 밟아나가야겠지요. 후원인 모집사업의 막바지에 운동의 확장에 대한 고민을 시작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입니다. 후원인 여러분도 앞으로의 사랑방을 더욱 기대하며 지켜봐 주세요.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게 사랑방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신 후원인 여러분 덕분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며 이 글은 마무리 짓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