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년이 되었을 때였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연대의 크기가 커지는 한편, 참사 피해자에게 사회적 적대와 혐오의 감정도 들러붙었다. 켜켜이 쌓여가는 참사를 둘러싼 사회적 과제 속,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식으로든 싸움을 이어가던 사람들,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고 외쳤던 사람들이 사랑방에 모여들었다. 세월호 참사를 조롱하는 사람들에 맞설 언어를 찾고 인권의 시선으로 참사를 되짚어 다른 사회를 열어가는 구체적인 실마리를 쫓아가보자 했다. 모임의 이름은 노란리본인권모임이라 정했다.
2017년 모임은 세월호 참사의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밝히는 것에 집중했다. 모임은 <인권의 대전환>, <재난을 묻다>, <국가의 국민 안전 보장의무 : 유럽인권재판소 판례>, <반복되는 대형사고: 해외 사례> 읽고 토론하였다. 읽고 토론하고 헤매는 가운데, 해가 바뀌었다.
2018년, 모임은 재난의 ‘진상규명’이 지니는 사회적 의미를 찾는데 중심 추를 두었다. 국가의 재난 조사는 어떠해야 하는지, 세월호 진상규명 과제를 나누는 간담회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종합보고서를 살펴보는 간담회를 통해 고민이 깊어졌다. 동시에 모임이 4.16운동의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대두되었다. 모임은 더듬거리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해를 맞추어나갔다. 그 과정에서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을 통해 한국사회 다양한 재난참사의 피해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만났다. 그 시간은 모임에 구체적인 화두를 던졌다. 재난 피해자는 누구이고, 어디까지 재난 피해자인지, 재난 피해자는 어떤 권리를 가지는지 등 모임의 관심이 ‘피해자의 권리’로 본격화되었다.
관심은 그 이듬해인 2019년에 구체적인 언어의 모습을 띄게 되었다. 재난 참사 피해자의 권리를 체계를 작성하여 분류해보자 했다. 그 과정은 재난 피해자의 권리를 목록화해보는 일임과 동시에, 피해자가 재난의 시작과 그 과정속에서 겪는 일들을 인권의 관점으로 구성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 자료집이 만들어졌다. 자료집은 한국 사회 여러 재난참사를 살피며 공통의 경험을 권리의 맥락에서 재난 피해자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이를 더 너르게 나누기 위해 하반기에는 핸드북 『잊지 않고 싶은 당신에게 – 재난 피해자의 권리로 말하다』를 제작했다.
2017년 세월호 참사로 시작된 노란리본인권모임은 2020년 코로나라는 새로운 종류의 재난을 맞이하면서 재난과 불평등이라는 화두로 관심을 확장시켰다. 모임은 ‘재난 자본주의’라는 키워드에 가닿았다.
노란리본인권모임의 활동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하고, 지금까지의 시간들을 돌아보니 지난 4년은 ‘재난’과 ‘피해자’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관점을 만들고 권리의 언어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없던 권리를 새롭게 만드는 일이 아닌 재난 상황에 놓인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정리’하고, 재난은 그저 불운한 개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응축된 사회 구조적인 부조리가 얽힌 문제라는 관점을 '정리'하고, 피해자는 피해를 입어서 권리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인권의 주체이므로 피해와 관련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정리'하였다.
재난을 겪은 사회는 결코 그 이전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바람으로 모인 노란리본인권모임, 우리는 이제 선언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존엄을 무너뜨리지 않는 사회에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노란리본인권모임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보낸 지난 4년의 시간이 참사 이후의 달라진 세계의 징표가 될 참이다.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 자료집과 『잊지 않고 싶은 당신에게 – 재난 피해자의 권리로 말하다』 핸드북은 인권운동사랑방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