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원
누가 “인권운동사랑방은 어떤 단체요?” 하고 물으면 저는 거두절미 ‘거의 30년된’ 오래된 단체랍니다”’ 하곤 합니다. 마치 30년이라는 시간의 물성이 보증서라도 되는 듯 말이지요. ‘거의 30년’ 은 이제 ‘완전히 30년’ 이 되었습니다. 30년 보증서의 일부라는 사실이 때때로 부담이기도 하지만, 시간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새롭게 산뜻한 한걸음 내딛어볼랍니다.
민선
사랑방 30년인 올해, 절반인 15년을 함께 해왔다. 1993년 새로운 인권운동에 대한 포부로 사랑방이라는 터를 잡고 다지며 쌓아온 시간 중 어쩌다 알고 만나게 된 사랑방과의 인연은 내 인생에 빠질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 2023년 같은 듯 다른, 다른 듯 같은 포부로 이곳을 터전 삼고 있는 우리는 여전히 다채롭고 단단하게 엮어갈 시간을 꿈꾼다.
어쓰
인권운동사랑방 30주년을 맞아 후원인 모집과 후원의 밤을 준비 중이라는 근황을 공유하면 “축하한다”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반응에 고맙고 든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섣불리 가늠되지 않는 시간에 조금 압도되기도 한다. 내 몫이 아닌 축하를 받는 듯한 기분에 살짝 민망하다고나 할까. 그러니 더더욱, 사랑방 30년을 함께 엮고 엮여온 사람들에게 나의 감사와 축하를 전하고 싶다. 반가운 얼굴들을 3월 31일 후원의 밤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해미
정지된 한 장의 이미지 뒤에 붙어있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뜻깊은지 떠올리고 곱씹는 재미. 내가 사진을 애정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랑방의 30주년을 준비하며 대용과 함께 사랑방의 과거 사진들을 찾았다. 나와 다른 시공간에서 다른 관계들과 엮이며 만들어 온 순간들. 그 한 장 한 장의 순간을 엮기 위해 분투했던 얼굴들을 꼼꼼히 살피며 지난 30년의 묵직한 무게를 느껴본다.
이 지면을 빌려 사랑방이라는 30년 된 책의 수많은 ‘엮은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록
30주년을 준비하면서 이전 기록을 찾아보게 된다. 10주년에 사랑방은 ‘진보적 인권운동의 푯대’를 세운다고 했다. 20주년에는 대중의 힘을 변혁적으로 조직하겠다고 했다. 작은 인권단체가 참 호기롭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된다. 3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그 약속만큼 살고 있을까? 아무리 부족할지라도 저 호기로움만큼은 쥐고 가야지 싶다.
미류
공자가 나이 30을 ‘이립’이라고 했다던 말이 떠올랐다. 뜻이 서는, 뜻을 세운 때. 인권운동사랑방 30주년, 우리는 잘 서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30년을 돌아보니 일단, 우리가 선 자리 곁에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함께 잘 설 수 있는 시간을 이어 만들어가보자고 다짐한다.
몽
“불투명한 미래를 그리기보다 또렷한 과거를 기억하려 애쓴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이고 지고 하루하루를 움직였을 지난 발걸음들, 운동의 경계가 아니라 원칙의 벽돌을 쌓아 올렸을 다른 어깨들을 떠올린다. 아주 지겹고 평범한 노력들과 그 노력들이 가져온 변화 위에 내가 서 있다고 생각하면 외롭지 않을 수 있다.” 몇 년 전 사랑방 활동을 떠올리며 썼을 때와 제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네요. 저도, 사랑방도 인권운동이라는 ‘장’을 가꾸는, 지겹고 평범한 노력을 계속해나갈게요.
대용
사랑방이 20주년 축하 메시지를 보내달라는 요청에 “같이 고민하며 30주년을 맞이하면 좋겠다.”라고 적었던 바람이 현실이 되었네요. 조금은 가볍고 장난스럽게 던졌던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10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30년을 지나 보낸 사랑방의 시간을 가늠해 봅니다. 울고, 웃고,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사랑하며 시간을 보내며 수많은 사람과 엮인 사랑방의 30년, 기꺼이 엮인 인연들과 다음 장을 펼칠 수 있기를 또 한 번 섣부르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