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
“선생님, 이거 많이 아픈가요?” 치과 진료를 받거나 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때, 최근엔 코로나로 콧구녕을 쑤시는 등 내 예측도 통제도 벗어나는 일을 앞두고 의사나 간호사 쌤께 꼭 물어보는 말이다. 그러면 꽤 뻑뻑할 수도 있어요, 살짝 따끔해요, 바로 아프진 않은데 점점 욱신댈 거예요 등 답을 해주는데, 사실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중요치 않다. 어짜피 아픔은 상대적이고, 나는 그저 그 말을 믿으며 마음을 다잡을 뿐…
대용
병원이야말로 인생 병원이라고 할만한 곳을 찾는 게 늘 어려운 것 같다. 무뚝뚝하고 설명 없이 처방만 해주는 병원이나 친절하게 내 증세와 병명을 연결해주며 치료법을 설명해주는 병원이나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없음을 알지만, 심리적 위안이 왜 그렇게도 중요한지.
몽
2년째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중ㅠㅠ 내 몸과 질병의 역사를 알고 있고, 그래서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뿐 아니라 내 건강을 염려하며 일상이 어떻게 바뀌어야하는지 알려주는 주치의의 존재는 정말로 든든하다. 나만 잘하면 되는데… 사랑방 후원인들도 사는 지역에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있다면 조합원으로 가입하시고 주치의와 건강을 돌보면 좋겠다ㅎㅎㅎ (서울 은평구 인근에 사신다면 '살림의료사협'으로!)
미류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몇 년 고생했다. 비급여로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주사치료를 받으며 돈이 정말 많이 들었다. 도수치료 처음 받던 날 도수치료사가 물어봤다. “실손보험 있으시죠?” 보험 처리 관련 안내를 해주려고 그냥 꺼낸 말이었다. “아니요.” 깜짝 놀라며 당황하던 치료사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실손보험 안 든 사람을 처음 봤다고. 그럴 만도 하다. 물리치료(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는 전체 실손 지급보험금의 17%를 차지한다. 실손보험이 상용화시킨 치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원은 의학의 장소가 아니라 자본의 장소가 된 지 오래다. 어쨌거나, 보험 들지 않은 걸 후회하지는 않았다. 그간 냈을 보험료보다 많은 돈이 들진 않았으니.
가원
동네 병원에 갈 때마다 못마땅한 게 왜 대기자들이 지근에 있는 접수 공간에서 내 병명을 말해야 하냐는 것이다. 조용조용 답을 하고 나면 껄쩍지근함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정록
최근에 감기를 심하게 앓는 경우가 많아져서, 낌새가 보인다 싶으면 병원으로 달려간다. 그러다가 문득 20대까지는 감기 걸린 기억도 병원 가본 적도 없었는데, 점점 병원에 가는 횟수가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왠지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