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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한 길 찾기

 

1월 23일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는 정세포럼 <자본의 위기와 극우 세력의 준동, 광장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열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함께 진단하며 전망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이라는 인물, 보수 정치세력이나 거대 양당 구도의 한계, 국가 권력 구조의 문제 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관점만으로 우리가 마주한 사건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발제자 채효정은 비상계엄 사태를 체제의 위기라는 관점에서 짚었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가 자본주의 체제를 포장하기 위한 방식으로 발전해왔으나 자본주의의 식민성은 더 이상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들었고 그것이 민주주의의 위기로 드러난다는 것. 민주주의의 본래적 의미인 민중권력을 만들어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활로라는 점을 되새길 수 있었다. 채효정의 발제에 이어, 서영표, 정정훈, 나영, 공성식의 토론이 이어졌다. 조금씩 다른 관점에서 광장의 민주주의를 틔우기 위한 고민을 듣다 보니 과제는 많지만 길이 보이는 듯도 했다. 청중토론 시간에는 포럼에서 나눈 이야기들을 일상에서 만나는 동료들과 나누기 어려워 아쉬워하는 발언도 있었다. 현재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출발선이기도 하다. 더욱 다양한 자리에서 현재를 진단하고 전망을 모색하는 토론이 이어질 수 있게 해야겠다는 고민도 깊어졌다.

‘민주주의’라는 말은 선거, 정당, 대의제, 국가기구의 권한과 관계와 같은 것을 연상시킨다. 이런 질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며 최근 들어서 제기되는 문제도 아니다. 선거 부정, 정치 양극화, 행정권 남용, 의회의 실패 같은 현상을 어떻게 해소할지만 고민하면 오히려 답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의 요구는 불안정한 삶의 조건을 바꾸고 싶은 마음과 닿아 있다. 남태령과 한강진을 에워싸던 연대의 기운과 감각은 우리가 서로 연결되고 의존하고 있음을 자각시키기도 했다.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광장의 민주주의가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겠다. 2월 7일 체제전환운동포럼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과제를 함께 찾아갈 수 있기를.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는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에서 함께 새로운 민주주의의 길을 여는 활동을 계속 벌여나갈 예정이다. 어쩌면 지금의 운동은 광장을 쫓아가기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느낄 때도 있지만 시민들과 함께, 그리고 광장을 앞질러 다른 미래를 만들기 위한 도전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