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 달은 답답한 심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이하여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한국여성대회에서 부스를 차리고 성평등 민주주의는 차별금지법과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외쳤는데요. 전날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과 당일 보란 듯이 검찰의 항고 포기로 석방되었다는 소식을 수만의 시민들과 함께 듣게 되었지요. 이후에도 헌법재판소의 기약 없는 선고를 기다리기만 할 수 없기에 광장에서 매일 같이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시간을 보냈는데요. 자연스레 3월 중 예정되어 있던 ‘성소수자 인권포럼’도 취소되고,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함께 준비한 <극우리포트: 성소수자 혐오에서 내란옹호까지>의 발표는 광장에서 간략하게 진행하게 되었죠.


3월 8일, 세계여성의날 기념 부스에서 + 페미니즘과 함께, 범시민대행진

3월 19일, 극우리포트 거리 강연 : 극우리포트 [다운로드]
제가 느낀 3월의 답답함은 윤석열과 그 일당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못할까 봐 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전에 이미 윤석열들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며 활개를 치는 데 막아 세우지 못하는 민주주의의 현실 때문이었지요. 이 민주주의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성평등도, 보수 기독교 세력의 극우 선동에 맞서는 일도 반차별의 요구로 수렴하며 꾸준히 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다시 제대로 꺼내고 나눌 자리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답답함이 쌓여 갔던 것입니다.
4월 4일, 마침내 광장 시민의 힘은 윤석열 파면시키고 내란을 진압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 내란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누구는 법원과 검찰을, 또 다른 누구는 국회에 내란 세력을 몰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겨울 광장을 버텨낸 시민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 불평등한 세상 그대로 둔 채 내란 세력만 바라본다고 재발 방지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요. 지금의 민주주의를 바꿔내고 평등을 향한 질문과 시도가 더 많이 이루어질 때, 내란을 방지하는 사회도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의 시작점에 차별금지법이 놓여있습니다.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길 바라는 광장의 요구가 차별금지법에 대한 요구로 이어진 이유일 것입니다. 윤석열 퇴진으로 그치지 않을 이 사회를 바꿔내자는 요구가 모이고 확장할 수 있는 계기로서 차별금지법 제정, 기필코 한 걸음 더 진전시켜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