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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간성 파괴하는 고문은 범죄행위

고문후유증 사례보고 고문치료센터 설립’ 공무원에 인권교육 필요

입을 모았다. 전해철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는 ‘고문의 근절과 고문후유증 해결을 위한 법제도의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전 변호사는 고문은 인간의 존엄성과 국가의 도덕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고 말했다. 또한 범죄수사에 있어 고문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수사의 밀행성에 있다고 보면서 변호인의 피의자 신문 참여권을 보장해야 하며 자백에 의한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변호사는 또 고문증거 확보의 어려움과 공소시효의 부당성 등을 고문방지에 따르는 어려움으로 지적했다. 또한 전변호사는 “무엇보다도 어떠한 이유에서든 고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형사절차의 관여자 뿐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가 인식할 때만이 고문은 근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길승(인도주의 실천의사협의회)씨는 ‘의학적 측면에서 본 고문의 심각성’이란 발표문에서 “고문은 저항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 인간의 인간됨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다”라며 ‘고문피해를 치료하는 전문기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자로는 오완호(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 조흥식(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우섭(민주당 정책실장)씨 등이 참석했다. 오완호 씨는 고문방지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폭로와 여론조성이라고 말했다. 고문방지를 위한 조치로 특히 신문‧구속기관 등이 분리돼야 하며 고문사실을 보고하는 장치로 독자조사기관인 ‘인권침해조사위원회’를 두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또한 오씨는 “공무원의 교육과정에서 고문이 범죄행위며 어떤 고문명령도 거부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8월 UN에서 고문방지조약에 가입하겠다고 한 약속을 한승주 외무부장관은 빨리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토론에 나선 조교수는 “우리나라에는 정신질환에 관련된 법이 전혀 없다”며 고문배상제도가 전혀 없는 현실을 꼬집었다. 조교수는 또 고문피해자의 치료와 재활을 위해 지역사회 속에서의 관리서비스체계와 의료보험에 고문피해자에 대한 치료부분이 마련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적극적인 고문사례홍보 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배포된 자료집에는 11명의 고문후유증 피해 사례가 상세히 소개되었으며, 이중 학생시위사건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강환운 씨와 화성연쇄살인범으로 지목 받아 연행된 뒤 고문후유증에 시달리는 김종경 씨의 고문피해사례를 그 가족이 증언했다.

86년 11월 거리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끌려가 쇠파이프 등으로 구타당하고 영등포구치소에서 고춧가루를 탄 자장면 먹이기 고문을 당한 강환웅(30.당시 중앙대1)씨의 누나 강희숙(33)씨는 “동생이 출소한 뒤 환청에 사로잡히는 등 정신분열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고 있다”며 울먹였다.

같은 해 4월 시위도중 연행돼 구치소로 넘겨진 뒤 징벌방에 갇혀 집단구타를 당한 김복영(29, 당시 연세대 3)씨의 누나(33)는 “너희들은 항상 나의 뇌수에 칼침을 꽂고 나의 꿈은 항상 피비린내로 얼룩졌다”고 써놓 은 김씨의 일기장을 읽으며 흐느끼기도 했다.

지난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경찰에 끌려갔다 고문을 당한 뒤 자살을 기도한 김종경(43)씨의 부인 오윤자(40)씨는 “순박했던 남편이 고문을 당한 뒤부터는 손이 떨리고 헛소리를 하는 등 완전히 폐인이 되고 말았다”며 치를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