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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헌법정신·개혁의지 상실한 헌재 재판관 임명


헌법대법관 임용을 둘러싸고 문민시대의 개혁의지를 잃어버린 것은 물론 과거 군사정부의 굴종된 사법부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처사라는 비판 속에서 김용준(전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등 7명의 헌법재판관이 13일 오후 임명되었다.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추천한 김용준․정경식(대구고검장)․김진우(현 헌법재판관), 대법원장이 추천한 고중석(전 광주고등법원장), 민자당이 추천한 신창언(부산지검장)․김문희(현 헌법재판관), 민주당이 추천한 조승형(변호사)씨 등이며 「대한변협」등에서 정치판사로 임명철회를 요구해온 안우만 전대법관은 제외되었다.

한편 민주당 박지원 대변인은 13일 아침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9명중 5명의 임명은 헌법재판소 구성상 문제가 있다는 국민적 평가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편집자주: 제2기 헌법재판관 임명을 둘러싸고 「대한변협」 「민변」 「참여연대」 등에서는 12일 성명서를 일제히 발표했다. 구체적 인물에 대한 임명거부에서부터 인사청문회를 통한 헌법재판관 임명의 요구까지에서 다양하게 쏟아진 의견들 속에서 제2기 헌법재판소의 상을 찾아볼 수 있는 계기였다. 이런 의미에서 이미 국회동의를 거쳐 확정 발표된 상황에서도 각 단체에서 발표한 성명서는 유효하다고 생각되어 요약해 싣는다. 단 중복되는 부분은 생략했다.


새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한 논평

(중략) 우리는 임기개시를 불과 2,3일 앞두고 대다수의 헌법재판관이 전격적으로 지명 또는 추천되고 있는 데에 대해 다시 한번 강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헌법재판관 임명문제가 미리 공론화 되어 그 대상자에 대한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칠 것을 거듭 요구해왔다. 이러한 정당한 요구가 계속 묵살되는 악폐는 앞으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한다.

우리는 대통령이 안우만, 정경식 씨를 지명한데 대해 전혀 납득할 수 없으며 이에 대해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위 두 사람은 지난 권위주의 시절 사법의 독립과 검찰의 중립에 역행한 대표적인 정치판사와 공안검사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는 대통령이 지난해 사법개혁을 요구하던 국민을 향해 “정치판사는 없다”고 강변하던 안우만씨의 몰염치한 모습이나 지난 대선 때의 이른바 부산 초원복집 사건의 주역의 한 사람이었던 정경식 씨의 전력을 벌써 잊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며 그들의 지평에 대해 새삼 의혹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서 추천된 인사들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유독 김문희 재판관만이 유임되어야 할 납득할 만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검찰이 걸어온 길을 반추해 볼 때 과연 검찰 출신이 두 명이나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되어야 할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며 특히 신창언 씨는 박종철 군 사건이 거론될 때마다 거명되는 인사임을 상기시키고 싶다. 민주당에서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조승형씨에 대해서는 그 개인적인 평판을 떠나 과연 민주당에서 당내나 시민사회에서의 충분한 공론화의 과정을 거친 끝의 추천이었는지 의문이다.

우리는 제2기 헌법재판소의 구성원들이 거의 직업법관과 검찰출신으로 채워짐으로써 그것이 헌법수호와 관점에서 다양한 국민의 이해관계를 통합할 헌법재판에 파행적 요인이라도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헌법재판소에서 재야 법조인이나 법학자의 진취적이고 열려 있는 신선한 헌법 관이 반영될 기회가 봉쇄된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1994. 9. 1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