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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단체탐방 39 노동정책연구소

노동권을 적극적인 사회권으로 과학적인 인권운동으로 구조적 침해 대응

최근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세계화나 국제화' 일 것이다. 기업의 세련된 홍보전략에서 떠드는 '세계초일류 기업, 탱크주의, 1등만이 살아남는다'등의 카피는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선 용어로 들리지 않는다.

이름하여 '신경영전략' '국가경쟁력 강화'는 사실 변화된 세계체제 즉 WTO 속에서 재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수단으로 세련화 시킨 이름만 바꾼 노동자 착취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는다. 재벌들은 기술축적에 근거한 이윤확대보다는 아직까지 국가에 의한 노동통제에 의존하면서 노동자의 낮은 임금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며 전성가도를 달리고 있는 듯하다.

그에 비해 노동조합운동은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되면서 여기저기 민주노조가 어용노조로 교체되는가 하면 해고노동자는 아직 차가운 거리를 헤매고 있다.

그렇다면 90년대 중반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무슨 과제를 던져주는가? 이번 주의 단체탐방은 이러한 고민을 시작으로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노동정책연구소](소장 박석운)는 남영동에 위치한 30여평의 사무실에 자리하고 있다. 93년 10월에 창립하여 현재 7명의 상근자가 일하고 있다. 정책실장인 정해랑 씨는 노동정책연구소의 성립취지에 대해 "87년 6월 민주화 대투쟁과 7,8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새롭게 펼쳐진 민주노조운동이 노동자들의 권익향상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으나 최근 변화하고 있는 안팎 상황은 노동운동진영에게 질적 도약을 위한 새로운 모색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노동정책연구소는 "노동정책의 전문화, 노동정보의 대중화, 노동상담의 체계화로 이 땅의 노동형제들에게 구체적인 응답을 하고자 한다"고 정리했다.

또한 정씨는 노동정책연구소가 "노동현장의 요구와 전문가의 학문적 성과를 결합시키고 이것을 운동적 시각과 태도로 접근하여 구체적이고 대안적인 노동정책을 생산하며 가능한 많은 노동자가 정책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구소의 목표"라고 말했다.

먼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노동정책에 대한 연구는 고용문제, 임금체계, 직제개편, 노동조합에 관한 것이 있다.

또한 일본, 독일, 제3세계의 노동운동의 역사적 경험과 교훈을 찾아내어 현재 한국노동운동과 비교, 분석하고 있으며 {일본노동운동의 이해}라는 단행본을 출간했고 {독일노동운동의 성과}를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정책연구 성과는 곧바로 현장 교육과 연결되어 정기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둘째, 상담과 교육활동이 있다. 크게 개별노동 상담과 노동조합 상담, 노동법률 상담이 있다.

미지급수당, 부당해고, 산재, 직업병, 외국인노동자 등 각종 권리구제 등을 포함하는 개별노동상담에서부터 부당노동행위, 휴폐업, 비정규직 고용불안 문제, 단체협약 등의 노동조합상담과 그밖에 노동법률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별노동 상담보다는 노동조합 상담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전화상담은 물론 pc통신을 이용한 상담도 받고 있다. 노동법률 상담에는 8명의 사법연수원생들이 돌아가면서 운영하고 있다.

세째, 노동정보 종합 서비스가 있다. 이것은 노동정책연구소가 가장 자랑하고 있는 사업중의 하나다.

그 동안 수공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소홀하게 다루어졌던 노동관련 정보를 DATA BASE화하여 천리안 통신망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건씩 쏟아져 나오는 노동정보를 전문적으로 수집, 보관, 가공하여 이용자에게 유용하게 전달하고 있다.

주로 노동조합, 노조연합단체, 노동단체, 정부관련 단체, 노동연구원, 노동부, 변호사, 학술단체 등에서 자료를 수집, 가공된 정보는 개별노동자, 노동조합, 노동단체, 학술단체, 전문연구자들에게 공급된다.

정보는 크게 동향소식, 노동조합, 노동법 등으로 나뉜다. 동향소식은 노동관련 소식을 신속하게 알려주고 있으며 94년까지 8월 20일까지 총 2,400여건의 소식을 제공하였다. 노동조합 소식뿐만이 아니라 노동자들과 관련된 경제동향, 고용문제, 인권, 외국의 노동동향 등이 제공되고 있다. 신문의 노동관련 기사, 각종 유인물, 소식지 등 연구소가 고유하게 수집하는 정보도 빼놓을 수 없는 독특한 정보이다.

노동조합 정보는 노동정책, 노동교육, 조합활동, 산업안전보건, 교양자료실로 구성되어 있고 94년 8월 20일까지 총 500여건의 자료가 제공되었다.

노동법은 노동관계법, 노동법 동향, 노동판례 열람, 노동상담 사례, 노동법 강의, 노동법 관련 서식, ILO협약등으로 구성, 2000여건의 자료가 제공되었다.

노동권은 인권의 한 분야이지만 인권자체가 노동권은 아니다. 노동자의 인권이 권리의 개념으로 정식화된 것은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시민적· 정치적 권리가 18세기 이후 발전된 것이라면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는 19세기 후반부터 진행된 노동자의 지난한 투쟁의 결과물 이다. 정씨는 "노동자의 권리를 생각할 때 넓은 의미에서 노동권은 인권의 영역에 포함된다. 지난 시기 인권의 개념은 너무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며 주로 정치적 자유에 한정되었다면 앞으로 인권의 개념은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 즉, 인권의 개념이 이제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이어야 한다. 인권의 영역 중에서도 노동권은 인권을 사회권의 영역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정씨는 "과학적인 인권운동을 하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인권침해에 대항할 수 없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권과 사회권, 그리고 인권의 불가분의 관계가 노동정책연구소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권하루소식> 최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