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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자료>-영장청구에 대한 의견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위반 사건


1. 사건의 경과와 피의자에 대한 혐의사실

가. (중략) 나.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피의자에 대한 혐의사실은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이하 음비법) 제25조 제1호(등록을 하지 않고 비디오물을 제작한자), 제3호(심의를 받지 아니한 비디오물을 판매, 배포, 대여 또는 시청제공한 경우)를 위반하였다는 것과 같은 법 제26조(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비디오물을 판매, 배포, 대여 또는 시청제공한 자))를 위반하였다는 혐의인 것으로 보입니다.


2. 음비법 제25조 제1호와 제26조 위반에 대하여

가. 음비법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문화체육부장관에게 등록을 하여야 하는 비디오물제작업자란 ‘비디오물의 제작을 업으로 하는 자’를 말합니다(같은 법 제2조 제4호). ‘업으로 하는 자’라 함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계속, 반복하여 비디오물을 제작하는 경우를 ‘업’에 관하여 대법원도 동일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나. 하지만 피의자는 ‘영리를 목적으로’ 비디오물을 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음비법 제4조 소정의 등록의무가 없는 것입니다. 피의자가 대표로 있는 푸른영상은 회원제로 운영되며 원칙적으로 제작하는 작품은 회원들에게만 배부됩니다(중략). 다만 개인적으로 사무실에 찾아오는 등의 방법으로 특별히 요청하는 사람이나 단체에게는 무료로 배부할 수 없기 때문에 실비보전의 차원에서 일정한 비용을 받고 요청하는 작품을 배부하기는 하나 이러한 경우는 오히려 예외에 속하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푸른영상이 영리를 목적으로 비디오물을 제작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 푸른영상은 1편의 작품을 촬영하게 되면 100개 내지 200개 정도를 비디오물로 만들어 회원들에게 배부해 왔습니다. 이미 압수된 장부에도 나타나듯이 회원이 아닌 일반인에게 배부되는 비디오물은 적게는 10개, 많게는 50개 정도를 일정한 비용을 받고 넘겼다고하여 이를 판매목적으로 제작하였다거나 업으로 비디오물을 제작하였다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라. 더욱 문제인 것은 음비법이 비디오물 제작업자에게 엄격한 시설요건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음비법 시행령 제4조). 이러한 시설요건은 어찌보면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것인데, 왜냐하면 영상물 제작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에 이제 누구나 음비법이 요구하는 정규의 녹음실, 제작실, 녹화실 등을 갖추지 않더라도 비디오물뿐만 아니라 영화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비디오물제작업자로서의 충분한 요건(즉 부실하지 않는 비디오물을 제작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기준 때문에 등록을 신청할 수조차 없는 것입니다.

마. 설사 피의자가 일정한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비디오물을 제작하였다고 하더라도 작품 1편당 100개 내지 200개 수량의 비디오물을 제작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회적 영향력이 미미하고 비난의 정도도 크지 않기 때문에 구속까지하여 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여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말하자면 음비법이 원래의 규율대상으로 하고 있는 음란 포르노물을 제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음비법이 엄격한 시설기준을 요구하고 등록을 요구하는 이유는 비디오물이 곧 포르노물이었던 시절에 이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기술의 발달과 비디오물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포르노물외의 건전한 비디오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법률을 상황에 맞게 변경하여 적용하는 것이 법원의 기본 임무인 만큼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는 기각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3. 음비법 제25조 제3호 위반에 대하여

가. 음비법에 의하면 비디오물은 반드시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면 서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을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표현의 한 형식인 비디오물을 사전에 검열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언론, 출판에 대한 사전검열금지규정에 위반되는 무효임이 분명합니다.

나. 음비법의 규정과 동일한 형태의 규정을 두고 있는 영화법 제12조 제1항(영화는 상영전에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제2항(심의를 필하지 아니한 영화는 상영하지 못한다)과 그 처벌규정에 대하여 법원이 이미 사전검열을 금지한 헌법 제21조 제2항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22조 제1항, 그리고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정신청을 하였고, 현재 헌법재판소가 심리중입니다.

다. 비디오물도 영화와 마찬가지로 사상, 양심 및 지식, 경험 등을 표현하는 수단의 하나로서 넓은 의미의 언론, 출판의 자유에 포함된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디오물을 문화체육부장관이 위촉하는 위원들로 구성되어 정부기관적인 성격이 강한 공연윤리위원회에서 사전에 배포해도 되는 것인지 여부를 심의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이므로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는 것입니다. 이번에 음반에 대한 사전심의제는 법원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신청을 하자 이번에 개정된 음비법에서 음반부분만을 삭제한 바 있습니다.

라. 비디오물에 대한 사전검열의 위헌성에 대하여는 더 충분히 논의할 사항이 있으나 일단 공연윤리위원회의 성격과 심의를 하는 내용에 비추어 이는 사전검열이며, 비디오물이 표현의 한 형식이라는 점만으로도 피의자에게 적용된 위 규정에 위헌의 소지가 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점만을 우선 지적하고자 합니다.


4. 음비법 시행령의 입법예고

가. 지난 4월경 입법예고된 음비법 시행령에 의하면 등록예외대상으로 ‘기획제작을 업으로 하는 경우’와 ‘공중에게 판매, 배포, 대여 또는 시청제공을 목적으로 제작하지 않는 경우’를 추가하기로 하였습니다. 이 시행령에 의하면 푸른영상의 경우 위 시행령의 규정에 해당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왜냐하면 푸른영상의 경우 (중략) 회원용 또는 회원들의 영상물제작능력배양 차원에서 비디오물을 제작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 비디오물 심의에 대하여도 예외규정을 추가하였는데, 교육, 학습, 종교 또는 산업, 업무 등에 사용될 목적으로 제작하는 경우에는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였습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푸른영상의 경우 판매목적보다는 교육목적에 의하여 비디오물을 제작하였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따라서 위 시행령이 공포될 때까지만이라도 피의자에 대한 구속을 연기하여 두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중략) 96.6.14 피의자의 변호인 변호사 김기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