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경, 폭력학생 엄단'이라는 정부방침 하에 학생운동단체에 대한 탄압이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적단체를 단속한다는 공안기관의 칼날은 친북이냐 비합법이냐의 관점을 너머 '진보'를 표방하는 모든 공개조직에까지 미치고 있다. 올 들어 사회주의학생연합, 전국학생정치연합 등에 '엄단'의 조치가 내려진 데 이어, 학생운동권 내 온건우파로 평가받던 21세기 진보학생연합까지 이적단체 혐의로 구속사태를 맞았다.
지난 6일 오전 서울시경은 21세기 진보학생연합(의장 송상교, 21세기연합) 활동과 관련, 제1기 의장이었던 이종석(외국어대 87, 학원강사) 씨 등 12명을 이적단체 결성 및 이적표현물 소지 등의 혐의로 긴급구속 했다. 이 가운데 이채주(서울대 90, 병역특례 과정) 씨가 불구속으로 7일 석방됐고 나머지 전원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21세기연합은 지난 94년 진보학생연합, 진보정치대학생연합, 생활진보대중정치 대학생연합 등 3개의 공개학생정치조직이 통합·결성된 단체로 교육개혁, 참여정치 등을 활동목표로 삼아왔다. 80년대 엔엘(NL)과 피디(PD)로 대표되는 이념구도를 거부하고 '다양한 진보와 구체적 실천을 추구한다'는 21세기연합은 현재 전국 40여개 대학에 지부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반북·친북 모두를 반대하는 21세기연합에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이적단체'라는 혐의가 적용된 데 대해 한 관계자는 "경찰이 내부 책자의 몇몇 구절을 끼워 맞춰 조직 강령으로 확대 해석하려 하고 있다"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혐의 적용에 어처구니 없을 뿐"이라 밝혔다.
한편, 경찰은 현재 활동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결혼 후 생업에 종사하거나 교사 또는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사람 등 이미 활동을 끝낸 전 간부들에 대해서 까지 칼날을 휘둘렀다.
<구속자 명단> 이종석, 최성진(중앙대 90, 학원강사), 이철원(서울대 89, 공익근무요원), 박범용(〃 91), 권경원(〃), 송상교(〃), 홍 선(〃), 이기진(상명대 92), 한광웅(서울교대 91), 차정애(한성대 91), 최혜범(한신대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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