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초구청은 백골단을 포함한 전경 4개 중대 및 (주)거산 용역회사 직원 3백여 명과 포크레인을 투입해 반포2동 시유지 내 53세대가 살던 주거와 상점 등을 전격적으로 철거했다. 이로써 이곳 53세대 주민들은 집과 일자리를 잃은 채 길바닥으로 내몰리는 처지가 됐다.
오전 9시 경 철거반원들이 들이닥치자 주민 40여 명은 이에 저항하고 나섰다. 그러나 수적 열세를 이기지 못한 주민들은 2시간만에 진압되었고 오전 11시 경부터 철거는 예정대로 진행·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주민 18명이 부상을 입어 인근 사당의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들 중 이창남(63·상업) 씨는 허리에 탈골증세를 보였으며, 김광석(35) 씨는 "백골단에게 복부를 발로 얻어맞은 뒤, 10여 명의 철거반원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번 철거에 앞서 구청측은 주민들에게 1백만원에서 5백만원의 이주비용을 제시했다. 구청에서 영세민으로 판정한 세대에 한해서 5백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세대에겐 1백만원만의 비용을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자진해서 이주할 경우에만 비용을 지급한다는 원칙이었기 때문에, 이날 강제철거가 진행된 이상 주민들은 일체의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보상액과 관련해 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거주지를 마련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본래 불법 건물에 대해선 무대책일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원한다면 15세대 정도는 사회복지시설에서 한달 정도 재워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집과 일터를 잃어버린 주민들의 가슴은 걱정과 분노로 가득 찼다. 인근 공원에서 신문지 한 장을 의지한 채 자리를 잡고 있는 주민들은 "추석을 앞두고 길거리로 내모는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있을 수 있는 일이냐. 구청 직원들이 살림살이를 다 가져가 오늘밤엔 이부자리도 없이 공원 땅바닥에서 자야할 형편"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화자(42) 씨는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의 교과서, 노트도 모두 가져갔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또 주민들은 이날 전격 철거가 이루어진 배경을 듣고 더욱 분노하고 말았다.
주민들은 구청직원으로부터 "용역회사 직원들에게 추석경비를 주기 위해 철거를 진행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서울철거민연합의 강삼규 사무국장은 "추석 이후엔 동계철거에 해당하기 때문에 앞당겨 철거를 실시했을 것"이라며 "반포2동 뿐 아니라 상계동 광성마을 등 몇 군데 지역에서 조만간 철거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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