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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자료 요약> 영화법 위헌제청 결정문 초고


<편집자주> 헌재 전원재판부(재판장:김용준)는 4일 서울지법이 영화법 12조 1, 2항 및 13조 1항에 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심의기관이 허가절차를 통해 영화의 상영여부를 종국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표현물에 대한 검열을 금지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사전등급심사에 의한 규제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 놓고 있어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래는 헌재의 결정문 초고의 주요 내용을 발췌․요약한 것이다.

주문: 영화법(1984. 12. 31. 법률 제3776호로 개정된 것) 제12조 제1항 및 제2항, 같은 법 제13조 제1항 중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에 관한 부분은 각 헌법에 위반된다.

<중략>

판단:


가. 헌법 제21조 제2항의 검열금지의 원칙

의사표현의 자유는 헌법 제21조 제1항이 규정하는 언론․출판의 자유에 속하고, 여기서 의사표현의 매개체는 어떠한 형태이건 그 제한이 없다고 할 것이다. 영화도 의사표현의 한 수단으로 그 제작 및 상영은 다른 의사표현수단과 동등히 헌법에 의한 보장을 받는다. 영화의 제작 및 상영은 학문․예술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2조 제1항에 의하여도 보장을 받는다.

헌법 제21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의 검열은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를 뜻한다. 검열제는 국민의 예술활동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침해하거나 행정기관이 집권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표현을 사전에 억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헌법이 직접 그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가안정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도,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검열을 수단으로 한 제한만은 법률로써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검열금지의 원칙은 모든 형태의 사전적인 규제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의사표현의 발표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려있는 사전심사만을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검열을 수단으로 한 제한은 법률로써도 허용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검열의 의미는 엄격히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먼저 헌법 제21조 제2항이 금지하는 검열은 사전검열만을 의미하므로 개인이 정보와 사상을 발표하기 이전에 국가기관이 미리 그 내용을 심사․선별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발표를 저지하는 것만을 의미하고,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의사표현에 대하여 공개한 뒤에 국가기관이 간섭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후심사나 검열의 성격을 띠지 아니한 그 외의 사전심사는 검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검열의 성격을 띠지 아니한 심사절차의 허용여부는 표현의 자유와 이와 충돌되는 다른 법익 사이의 조화의 문제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상충하는 다른 법익과의 교량과정을 통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검열금지의 원칙은 정신작품의 발표 이후에 취해지는 사후적인 사법적 규제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법절차에 의한 영화상영의 금지조치(명예훼손이나 저작권침해를 이유로 한 가처분 등)나 그 효과에 있어서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벌규정(음란, 명예훼손 등)의 위반으로 인한 압수는 헌법상의 검열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검열금지의 원칙은 바로 영화에 대한 사전심사를 모두 금지하는 것도 아니다. 영화는 영상매체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그 영향력이 매우 크고, 비디오의 보급으로 소비자에게 보급되고 난 뒤에는 이를 효율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없으므로 상영·보급 이전에 심사․규제해야 할 필요성과 청소년이 음란, 폭력물 등에 접근하는 것을 미리 막아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

심의기관이 허가절차를 통하여 영화의 상영여부를 종국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검열에 해당하나, 영화의 상영으로 인한 실정법 위반의 가능성을 사전에 막고, 청소년 등에 대한 상영이 부적절할 경우 유통단계에서의 효과적 관리를 위해 미리 등급을 심사하는 것은 사전검열이 아니다. 설사 등급심사를 받지 아니한 영화의 상영을 금지하고, 이에 위반할 때에 행정적 제재를 가하는 경우 (새 영화진흥법 시안 제11조의 등급심의)도 검열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법 제12조 제1항, 제2항 및 제13조 제1항의 위헌성

법은, 영화의 상영 전 공륜의 사전심의를 받아야 할 의무(제12조 제1항),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은 영화의 상영 금지(제12조 제2항)를 규정하고 있다. 한편 법 제13조 제1항은 영화에 대한 심의기준을 정하고, 공륜이 그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영화에 대하여는 심의필 결정을 할 수 없으나, 해당 부분을 삭제하여도 상영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부분을 삭제하고 심의필을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명백히 앞서 “가의 (1)”에서 밝힌 헌법 제21조 제2항이 금지한 사전검열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법은 영화의 상영 전 공륜의 사전심의를 규정하고 있고, 공연법과 그 시행령에 의하여 문화체육부장관에 의한 공륜위원 위촉(공연법 제25조의 3, 제3항),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선출시 장관의 승인(같은 법 시행령 제20조 제1항), 심의결과의 장관 보고(같은 법 시행령 제21조), 국가예산의 범위 안에서 공륜의 운영경비의 보조(같은 법 제25조의 3 제6항)를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륜이 비록 민간인으로 구성된 자율적인 기관이라고 할지라도 법에서 행정권이 공륜의 구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였으므로 공륜을 검열기관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