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성 여부 헌재 소관일 뿐, 법 집행 정당
서울고법 제9민사부(재판장 김재진 판사)가 지난 12일 한백렬․이종 씨등 출소장기수 18명이 구 사회안전법에 의해 억울한 보안감호처분을 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항소를 기각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었다.
이 판결은 지난 91년 한 씨등 29명이 제기한 사회안전법에 관한 손배소송이 5년만인 95년 11월9일 기각된 뒤 곧바로 이뤄진 항소심에 대한 판결이다.
보안관찰처분, 자유민주주의 수호 위한 조치
재판부는 “증인 윤희보 씨의 증언만으로는 원고들의 주장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95년 11월 당시 서울지법 민사 제41부(재판장 채태병 부장판사)는 “보안관찰처분은 처분대상자가 이미 실행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어 과하는 제재조처가 아니라 예방조치로 헌법상의 권리인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또, 남북이 분단된 특수한 안보여건에 비춰볼 때 헌법상 최고 이념인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조치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사유를 밝힌 바 있다.
사회안전법 위헌 소지 있어도 고의로 볼 수 없다
서울고법 제9민사부는 “사회안전법 중 원고들 주장의 조항들이 원고들의 주장(죄형법정주의 및 일사부재리의 원칙 위배, 사상․양심의 자유, 신체의 자유 침해-편집자주)과 같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국회의 입법행위와 법 조항에 따라 이뤄진 법무부장관의 결정이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이 정하는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에 위반’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추가로 밝힌 기각 사유에서 “국회의 입법행위는 입법내용이 헌법규정의 일의적(‘가장 중요한 의미’를 말함-편집자주)인 문언에 객관적으로 명백히 위반됨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굳이 이를 입법한 것과 같은 예외적 경우가 아닌 한 국가배상법 제2조 1항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구 사회안전법의 내용이 헌법의 일의적 문헌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국회의 사회안전법 제정행위가 국가배상법상 위법임을 전제로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법률의 위헌여부에 대한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는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으로 할 수 없으므로 법무부장관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안전법에 따라한 결정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결정에 따라 사회안전법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공방이 헌법재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수들 만기출소 후 다시 청주보안감호소에 수감
한편 소송을 제기한 장기수들은 75년 사회안전법 제정이전 이미 만기출소했거나 형만기로 출소예정에 있었다. 그러나 사회안전법 제정으로 다시 청주보안감호소에 수용되어, 2년마다 검사의 판단에 따라 새로 보안감호처분을 받아야 했으며, 89년 사회안전법이 폐지될 때까지 10-16년간의 보안처분을 받았다. 사회안전법은 89년 보안관찰법으로 대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