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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안기부, 권한 확대 아닌 개혁·청산 대상

변협 주최 ‘안기부법’ 토론회…안기부 불참 유감

최근 안기부법을 개정하려는 기도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는 28일 오후 2시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국가안전기획부법 개정논의와 인권’이란 주제의 토론회를 마련했다. 이 토론회에는 안기부와 각 정당이 초청돼 활발한 찬반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안기부와 여야 3당이 모두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법 개정론자들이 빠진 상황에서 이날 토론회장은 안기부법 개악의 부당성에 대한 다양한 주장들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국내외정세 개정 근거 안돼

먼저 주제발표에 나선 박연철 변호사는 “문민정부 들어 안기부법이 개정된 것은 불법수사에 의한 인권유린과 정보정치의 폐단을 막기 위한 개혁의 일환이었다”며 “이를 다시 원상회복시키려는 것은 개혁의지가 반전되었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안기부의 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 변호사는 “국내외 정세를 논거로 안기부법 개정을 주장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밝혔는데, 그는 “안기부법 개정론자들은 ‘세계적인 탈냉전 조류가 한반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으며, 북한은 대남적화에만 집착하는 반민족적 독재정권이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남북 평화와 단결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화해와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4년 이후 인권유린 여전

한편으론 94년 법개정 후에도 안기부의 정치개입과 인권유린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법 개정의 부당성이 지적되고 있다. 황인성 전국연합 집행위원장은 “94년 안기부에서 지자체선거 연기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던 사건이나 긴급구속장도 없이 대학교수 등 4명을 연행한 뒤, 이들을 소위 ‘김일성 장학생’이라고 언론에 허위로 알린 사건 등이 대표적 사례”라며 “현행법 하에서도 권력남용과 불법수사관행이 여전한데, 이를 환원하자는 것은 개악하자는 의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곽노현 교수(방송대 법학과)는 “전직 대통령의 재판이 진행되는 지금, 안기부는 권한 확대의 대상이 아니라 과거청산의 대상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곽 교수는 “국제인권법 등 인류 보편적 관점에 비춰 볼 때 사상․이념을 이유로 한 처벌은 사라져야 마땅한 것이나, 안기부는 수사권을 확대해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려 한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수사권 회귀, 이유 없다

안기부법 개정론은 한총련 집회와 깐수 사건, 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 등이 이어지면서 등장했다. 안기부는 ‘94년 개정된 안기부법이 안기부의 수사권을 박탈하였기 때문에 대공방어력이 취약하게 되었다’며, ‘안기부가 수사권을 되돌려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기부측은 그 논거로서 94년 법개정 이후 △수사의 일괄성이 없다 △직접 증거가 없으면 수사의 착수가 불가능하다 △불고지 수사권 폐지로 대공첩보수집에 지장을 받고 있다 △검․경의 대공수사능력에 문제가 있다 △변호인이 접견권 남발로 수사활동을 방해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박연철 변호사는 ▲깐수를 10여년간 검거 못한 것은 국보법 7조에 대한 수사권이 없어서가 아니라 안기부의 판단력 부족 탓이었고 ▲안기부는 국보법상의 모든 수사권이 박탈된 것이 아니라 단 두가지 규정만 수사권에서 배제된 것이며 ▲검․경의 미흡한 점은 조직적으로 보강해야 할 문제이지 수사권을 안기부에 회귀시켜야 할 이유가 못되고 ▲안기부는 피의자 접견시간을 하루 한 차례 1-20분 정도로 제약하고 있으면서 수사에 방해를 받았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안기부측 논거를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