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돈희 대법관)는 강순정(범민련 남측본부 중앙위원) 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국가기밀의 수집․탐지․누출 행위를 처벌토록 규정한 국가보안법 4조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 판결문 요지를 싣는다.<편집자주>
【대법원판결의 요지】: 다수의견
국가보안법 제1조 1항은 이 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그 제2항에서 이 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제1항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이를 확대 해석하거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추해석이나 확대해석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정신에 비추어서도 그 구성요건을 엄격히 제한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현행 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나목에 정한 기밀을 해석함에 있어서 그 기밀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에 관하여 반국가단체에 대하여 비밀로 하거나 확인되지 아니함이 대한민국의 이익이 되는 모든 사실, 물건 또는 지식으로서, 그것들이 국내에서의 적법한 절차 등을 거쳐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진 공지의 사실, 물건 또는 지식에 속하지 아니한 것이어야 하고, 또 그 내용이 누설되는 경우 국가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 보호할 실질가치를 갖춘 것이어야 할 것이다.
다만 국가보안법 제4조(목적수행)가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목적수행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므로 그것들이 공지된 것인지 여부는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나 통신수단 등의 발달 정도, 독자 및 청취의 범위, 공표의 주체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아 반국가단체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더 이상 탐지․수집이나 확인․확증의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등이라 할 것이고, 누설할 경우 실질적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는 그 기밀을 수집할 당시의 대한민국과 북한 또는 기타 반국가단체와의 대치현황과 안보사항 등이 고려되는 건전한 상식과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그 기밀이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누설되는 경우 반국가단체에는 이익이 되고 대한민국에는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성이 명백하다면 이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일부 다른 견해를 취한 대법원 1993. 10. 8. 선고, 93도1951 판결, 1994. 5. 24. 선고, 94도930 판결, 1995. 7. 28. 선고, 95도1121 판결, 1995. 9. 26. 선고, 95도1624 판결 및 이와 같은 취지의 종전 판결들은 이를 변경하기도 한다.
[별개의견]은, 종전 판결을 유지하고, 종전판례를 운용함에 있어서 신축성 있게 해석하자는 것임.
【종전대법원판결과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의 차이】
1. 2. (생략)
3.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종전 판례가 말하던 ‘기밀’ 중에서 공지된 사실등은 기밀로 보지 않고(왜냐하면 기밀이란 그 자체의 어의로 비추어 보면 이미 공지된 것은 기밀이 아니기 때문임), 또 그 내용을 누설하는 경우 대한민국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기밀로 보호할 실질가치가 있어야 기밀로 보게 된 점에서, 종전판례와 차이점이 있음.
그러나, 그것들이 공지된 것인지 여부는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나 통신수단 등의 발달정도, 독자 및 청취의 범위, 공표의 주체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보아 반국가단체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더 이상 탐지․수집이나 확인․확증의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등”이라고 설시함으로써, 공지여부의 판단기준이 ‘반국가단체나 그 지령을 받은 자’가 되므로 남한 안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반국가단체나 그 지령을 받은 자에게 탐지․수집이나 확인․확증의 필요가 있다고 보여지는 것은 공지가 아니라고 보아야 함.
어떤 경우가 과연 그러한 필요가 없다고 볼 것인지 여부는 언론매체나 통신수단(인터넷 등)에 보도된 내용, 그 신문의 발생 부수(독자의 범위)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반국가단체나 그 지령을 받은 자로 칠 수 있는 것이어서 더 이상 탐지․수집이나 확인․확증의 필요가 없다고 볼 수 있는 경우(즉, 그러한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거기에 해당한다고 볼 것임.
따라서 인테넷(WWW) 등에 올라있는 것, 해외에까지 배포되는 국내 일간지에 게재된 것등은 공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나, 한정된 지역내(예:세미나, 전람회 등)에서만 알려진 사실 등은 반국가단체나 그 지령을 받은 자가 탐지․수집이나 확인․확증의 필요가 있다고 보여지므로 공지의 사실은 아닐 것으로 보여짐. 구체적인 사례는 향후 판례의 집적으로 밝혀질 것임. 또한, 실질가치가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도, 대한민국이 현재 처하여 있는 상황 특히 북한과의 대치상태 및 오늘날 총력전의 개념에 비추어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임.
따라서 그 기밀이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누설되는 경우 반국가단체에는 이익이 되고 대한민국에는 불이익을 초래할 위험성이 명백하다면 실질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임.
4.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국가보안법상의 ‘기밀’의 개념 및 범위를 종전보다 축소하여 해석하게 되었는 바, 이는 국가보안법상의 기밀의 해당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함으로써 국가보안법의 운용에 있어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인권침해 등을 예방하려는 의지가 담겨있음.
5. 이번 판결로 국가기밀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기밀수집 전달 등의 행위는 형법상의 일반이적죄, 공무상비밀누설죄, 외교상비밀누설죄, 군사기밀보호법 상의 군사기밀누설 등의 죄, 국가보안법상의 동조죄, 편의제공죄, 통신연락죄 등의 구성요건에도 해당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그 죄로 처벌하면 될 것임.
따라서 이번 판결로 국가기밀의 범위를 축소해석함으로써 국가안위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음
6. 이번 판결로 변경되는 종전판례는 현행국가보안법 제4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기밀’에 관한 판례뿐만 아니라, 구 국가보안법(1991. 5.31. 법률 제437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기밀’에 관한 판례로 변경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