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용시설 예고 없이 철거
동대문구 청량1동 61번지 가수용시설에서 생활하던 주민들이 길거리로 나 앉았다. 조미경 씨 등 주민 10여 세대는 지난 29일 오전 철거용역 4백여 명이 들이닥쳐 가건물(일명 콘센트 막사)을 철거해 버림에 따라 현재 길바닥에 신문지를 깔아 놓고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5년 여의 철거투쟁 끝에 지난해 7월 관할 구청의 공증을 받은 가수용시설에 입주할 수 있었으나, 임대아파트 입주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 가수용시설을 비워주어야 하는 처지였다. 처음에는 30세대에 달하던 가수용단지 입주자들 가운데 일부는 보증금(8백만원)을 마련해 임대아파트로 입주하게 되었지만, 현재 남아 있는 10여 세대는 보증금 마련이 안돼 입주가 어려운 처지이다. 한 주민은 “철거깡패들이 아기 기저귀조차 챙겨 나오지 못하게 했다”며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집을 철거해 버리면 어떡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청량1동 철거에 대해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가수용시설을 헐고 그 자리에 놀이터와 정구장을 만들어야만 1천세대의 입주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시공업체에서 철거를 실시한 것 같다”며 “시공업체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수용시설 주민들에게 임대아파트 입주를 권장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엔 이주대책비를 지급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철거민연합(의장 남경남, 전철연)은 31일 청량리역 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청량1동 강제철거와 전농동 박순덕 씨 사망사건에 대해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전철연 회원과 대학생, 한국후꼬꾸 노조 해고자 등 4백여 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지난 25일 전농동 철거과정에서의 방화로 박순덕 씨를 사망케 한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