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조작사건인가? 최근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 교정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방학이 시작된 이후 김형삼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총학생회 간부와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이 일제히 모습을 감춘 것이다. 이들이 몸을 피한 채 학교에 나타나지 않는 까닭은 “안기부가 외대 학생을 대상으로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7일 안기부는 안기부법이 날치기 통과된 이후 처음으로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에 대한 수사권을 발동해 김진성(하남 「통일을 여는 사람들」 대표․외대 89학번) 씨를 구속했다. 이에 앞서 6일엔 군복무중이던 김기우, 김병준, 임민혁 씨 등 외대 출신 3명이 수도방위사령부로 연행되었다. 이들은 94년 발표됐던 이른바 ‘외대 주체사상연구회(주사연)’의 조직원으로 지목받았으며, 특히 김진성 씨는 ‘93년 주사연을 결성․배후조종한’ 혐의와 ‘졸업 후에도 주사연 출신들을 규합해 「통일을 여는 사람들」을 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연행사실이 확인된 뒤, 외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30일 1차 반박자료를 통해 “안기부가 밀실강압수사를 통해 허위사실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김진성 씨는 면회과정에서 “안기부가 외대에서 학생회 간부나 운동을 했던 2백여 명의 명단을 가지고 사건을 만들려 한다”고 밝혔으며, 김병준 씨도 “94년의 수사기록 안에 주사연의 각종 기록과 중앙위 구성표가 들어 있었다”는 말을 했다.
외대 총학생회는 “이미 졸업한 과거 운동권을 무차별적으로 검거대상에 올려 놓았고, 안기부의 주장외에는 어떠한 물증도 없다”며 “안기부가 대규모 주사파사건을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3년이 지난 사건을 지금에 와서 수사하게 된 배경 △도청 가능성이 상존하는 총학생회 사무실에서 주사연을 결성했다고 말하는 안기부의 비상식적 설명 △20여 일이 넘게 밀실수사를 벌인 채 사건을 공개하지 않은 까닭 등에 대해서도 강력한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총학생회는 “안기부가 김병준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동료의 진술을 허위로 제시하며 이를 시인케하는 등 함정수사를 폈고, 3일 간 잠을 재우지 않는 등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당초 김진성 씨 구속사건은 안기부가 ‘부활한’ 수사권을 처음으로 행사했다는 점에서 그 배경이 관심을 끌었으며, 이번 외대 학생회측 주장에 따라 의혹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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