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수사로 사건을 만들어 내려던 안기부의 시도가 실패로 끝났다.
지난 7월 8일 새벽 안기부원들에 의해 강제연행돼, 국가보안법 상의 이적단체 구성 혐의로 구속됐던 김진성(32․하남「통일을 여는 사람들」대표) 씨가 검찰 기소과정에서는 다른 혐의를 적용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안기부법 날치기를 통해 부활된 수사권에 의한 첫 구속자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당초 안기부는 김 씨가 지난 93년 ‘주체사상을 연구․보급하고, 조국의 자주․민주․통일을 위해 투쟁한다’는 강령을 가진 「외국어대 주체사상연구회」를 구성․배후조종한 혐의 등으로 구속했으나, 검찰(서울지검 박창수 검사)은 7월 31일 김 씨를 기소하면서 ‘이적단체 구성’ 혐의는 삭제한 채 ‘이적표현물 소지’ 및 ‘찬양․고무’ ‘편의제공’ 혐의만을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담당변호인 차지훈 변호사에게 “잠안재우기와 구타 등 가혹행위를 받으며 자백을 강요당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으며, 차 변호사는 “안기부의 무리한 수사와 국가보안법 남용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차 변호사는 “당초 안기부가 의도했던 사건이 성립되지 않자, 검찰에서 이적표현물 소지 등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김진성 씨 외에도 김기우 씨 등 군복무중인 외국어대 졸업생 3명이 외대 주체사상연구회 사건과 관련해 구속됐으며, 이들은 현재 군 영창에 구금되어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외국어대 총학생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안기부가 주사파 사건을 조작하고 있다”는 내용의 반박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김진성 씨에게 이적단체 구성 혐의가 적용되지 않음에 따라 김기우 씨 등의 기소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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