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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새 정부 출범 기념 특별사면복권> 세계최장기수 여전히 감옥에

사상전향 잣대…김영삼 정부의 절반 수준

고작 74명이었다.

관심 속에 단행된 13일 새 정부의 특별사면조치는 일부 양심수만을 선별 석방하는 '생색내기'에 그쳐, 다시 한번 양심수와 그 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말았다. 석방된 74명은 민가협이 집계한 양심수 4백78명 가운데 15%에 그친 숫자이며, 김영삼 정부 출범당시 석방된 144명(총 양심수 중 28%)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28년 이상 수감된 초장기수 23명 가운데 신인영(69·31년 구금) 씨 등 단 6명만이 형집행정지로 석방됐을 뿐, 41년째 구금중인 세계최장기수 우용각 씨(70) 등 17명은 사면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구미유학생 사건(85년)·사노맹·남한조선노동당 사건(92년)·구국전위 사건(94년) 구속자 등 굵직한 조직사건의 관련자들 역시 모두 석방되지 못했으며, 석달윤(18년 구금)·함주명(15년 구금)·이상철(15년 구금)씨 등 군사정권 시절의 조작간첩 사건으로 주목받은 사람들과 학생운동 관련자 대부분도 사면에서 제외됐다<상자 참조>.


비전향자 사면·감형 탈락

그러나 이날 사면대상자의 선정과 관련해, 정부는 과학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다. 박상천 법무부장관은 "사면에서 제외된 사람은 재범의 우려가 있고, 국가체제 전복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자"들이라며, 결국 '반성의 여부'가 사면의 기준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아직도 교도소 내에서 구태의연한 사상전향서와 반성문, 탈퇴서약서 등을 강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고령의 초장기수 6명을 제외하곤 비전향자 모두가 사면 또는 감형대상에서 제외당했다.


만기 앞둔 석방…생색내기 다수

또 이번에 석방된 사람들 대부분은 형기의 90%이상을 마쳤거나, 구금기간이 2년이 안된 사람들이어서, 사실상 사면의 의미를 갖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희영(경희대생) 씨가 출소를 불과 나흘 앞둔 상태에서 석방된 것을 비롯해 형기의 94% 이상을 복역하고 풀려난 사람은 14명이며, 윤정민(통일중공업 노동자·6개월 구금) 씨 등 2년 이하의 구금자는 48명이었다. 결국 새 정부의 사면조치는 '머리수 채우기'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실망…분노…규탄"

한편, 새 정부의 특별사면이 형식적인 '모양 갖추기'로 끝나버리자, 석방을 기대했던 양심수 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실망과 분노도 매우 크게 나타났다.

김태룡(19년 구금) 씨의 누나인 김순자(56) 씨는 동생이 갈아입을 옷가지까지 준비해 대전교도소로 내려갔으나, 김태룡 씨가 사면명단에서 빠져있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순자 씨는 "김대중 씨의 대통령 당선을 누구보다 반가워하면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너무나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라고 말했다.

또한 민가협, 민변, 천주교 인권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북 평화와 인권연대 등 국내 인권·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소폭·선별석방에 대한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천주교인권위는 "이번 사면조치는 군사정권이나 김영삼 정권에서도 관례적으로 있어왔던 조치에 불과하다"며 "국민의 정부에 의해 기만당했다는 분노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김영삼 정부 출범 당시 144명의 양심수가 석방된 것과 비교해봐도 실망스런 조치임에 틀림없으며, 군사정권시절의 인권피해자들 대부분이 이번 사면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권력자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나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민가협, 천주교인권위, 전국연합 회원 등 5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 30분 명동성당에서 사면조치에 대한 항의집회를 갖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