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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버스 안에도 '감시의 눈'

일부 시내버스 등, 폐쇄회로TV 설치


최근 버스에까지 CCTV(폐쇄회로 TV) 설치가 확대되면서, 운전기사뿐 아니라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강변역에 위치하고 있는 대원고속과 경기고속은 지난해 9월부터 시내 일반버스와 좌석버스, 시외버스 등에 CCTV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운전기사의 좌측 상단에 설치되어 있는 이 감시용 카메라는 이른바 기사들의 '삥땅'행위나 불친절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또 이 카메라에는 음성녹음장치까지 부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운수회사측은 "기사들의 부정행위로 인해 회사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태고, 기사들의 불친절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면서 CCTV를 설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승객도 촬영 가능

그러나 CCTV가 설치된 후 기사들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감시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면서, 엄청난 정신적 압박감과 불안감을 경험하고 있다. 운전기사 이 씨는 "회사측에서 부정행위만 문제삼는 게 아니라 손님들과 나누는 대화나 담배 피는 일까지도 문제삼는다. 운전을 하면서 행동이나 말에 신경을 많이 쓰고 불안해하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마저 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운전기사 박 씨는 음성녹음장치까지 설치한 것에 대해 "기사들의 말 하나하나까지도 감시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또한 승객들의 행동과 대화내용까지도 고스란히 감시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시민들의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녹화테이프의 판독을 담당하고 있는 감사실 계장은 "버스가 정류장에 멈췄을 때나 요금통 주위에 물체가 다가갈 때만 CCTV가 작동하고 렌즈를 고정시켜 놓아 운전기사를 중심을 좌우 130°정도만 촬영된다"면서, "승객들에게는 피해의 소지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음성녹음과 관련해서도 "최근 나오는 CCTV 장비가 대부분 음성녹음장치를 내장한 것이어서 사용하고 있을 뿐, 별다른 의도는 없었다. 운전사와 승객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을 때만 가려서 듣는다. 또 테이프 교체시 감사실에서 녹화된 내용이 모두 지워져서 나가기 때문에 다른 목적을 위해 악용될 염려는 없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승객들의 반응은 다르다. 승객 최 씨는 버스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 줄도 몰랐다면서, "이는 분명 승객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며, 충분히 악용될 소지가 크다. 시민들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이런 장치를 설치해서는 안된다고 본다"며 회사측을 비판했다. 또한 수만 가지에 이르는 CCTV 기종 가운데 녹음장치를 내장한 것은 아직까지 30% 미만에 불과하며, 녹음장치를 내장한 경우 오히려 가격이 비싼 것으로 밝혀졌다.


인권침해 방지 기준 없어

더 큰 문제는 현재 CCTV의 촬영범위나 녹화테이프의 보안 등에 관해 아무런 법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카메라 렌즈의 종류를 바꾸거나 CCTV 대수를 하나만 더 늘려도 버스 전체를 녹화할 수 있기 때문에, 승객들의 사생활권까지 침해할 수 있는 항상적인 위험이 존재하는 것이다. 일례로 청주에 있는 동양교통의 경우, "버스 내에 설치된 CCTV가 버스 뒷좌석까지 촬영하고 있으며, 승객들의 대화내용 전체가 녹음되고 있다"고 노조위원장 김학복 씨는 밝혔다. 더구나 녹화된 테이프가 외부로 유출돼 악용될 소지도 매우 높은데도 불구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버스내 CCTV 설치는 더욱 확대될 조짐이다. 전국자동차노조연맹의 황성규 연구위원은 "지난 96년 이후 산하 사업장에서 CCTV 설치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CCTV로 인해 기사들의 반감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기사들의 음성적 관행이 존재해 왔던 것이 사실이고 단위사업장에서 수당을 받는 대가로 CCTV 설치에 합의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제 일상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는 CCTV의 확산과 함께 감시카메라의 남용으로부터 시민들의 인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가 주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자감시장치에 의존하기보다는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