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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서울시 ‘강제수용 만능주의’

노숙자 반발·인권침해 잇따를 듯

서울시가 또다시 시내 노숙자들을 시설에 강제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물의를 일으킬 태세다.

서울시는 21일부터 종교․민간단체 등과 함께 한달간 노숙자들에 대한 분류작업을 벌여, 실직노숙자는 노숙자합숙소(희망의 집)로, 부랑인은 부랑인수용시설인 ‘은평의 마을’로, 노쇠․병약자는 ‘꽃동네’ 등 요양시설에 입소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서울역, 용산역, 영등포역과 서소문공원 등에 상담팀을 투입해 노숙자 분류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설입소를 거부하는 노숙자들을 강제로 단속․수용할 계획이어서 이에 따른 노숙자들의 반발과 인권피해가 잇따를 전망이다. 노숙자들을 강제수용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은 ‘정신질환자 외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수용할 수 없다’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6월에도 노숙자들을 강제 연행해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부랑인시설에 넣는다는 내용의 ‘노숙자 특별대책’을 추진했다가 종교계 등의 반발에 부딪히자 시행 직전에 유보한 바 있다.

이처럼 서울시가 노숙자 강제수용 방침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동절기를 맞아 노숙자에 대한 ‘사고’가 잇따를 것으로 우려되면서도 특별한 대책은 없고 오히려 노숙자의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동절기 노숙자사고 예방대책이 강제수용 등 인권유린 방식으로 진행돼서는 안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역에서 열린 제5차 실업자대회의 참석자들은 “노숙자의 강제수용에 반대한다”며 “자율 주거시설을 마련하고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대회를 주최한 국민승리21(대표 권영길)의 관계자는 “근본적인 실업대책도 없이 노숙자들을 일방적으로 수용시설에 넣겠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며 “여타 부랑인시설과 마찬가지로 서울시가 마련하는 노숙자 수용시설에서도 인권시비가 잇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1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서울시 노숙자들이 자율적으로 겨울을 날 수 있는 숙소가 필요하다”며 “일단 올 겨울이 급한 만큼, 근로자합숙소나 구민회관 등 기존 시설을 이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역을 찾은 노숙자들은 “밤이 추워지고 있다”며 정부의 시급한 대책을 호소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