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일상적 방범순찰” 해명
89년 이른바 ‘프락치사망사건’에 연루돼 3년여 동안 감옥살이를 했던 장 아무개(고려대 83학번) 씨는 최근 경찰의 전화연락을 받고 더 이상 분을 참을 수 없었다. 해마다 반복되는 경찰의 동향파악이 또다시 시작됐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93년 출소한 장 씨는 94년부터 해마다 한 번 꼴로 반갑지 않은 경찰의 방문을 맞이해야 했다. 찾아온 경찰들은 장 씨의 직업과 가족관계, 심지어 부인의 직업을 캐물어 왔고, 이에 대해 장 씨는 “내가 왜 그러한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장 씨는 89년 당시 상해치사죄로 구속됐기 때문에 ‘보안관찰대상자’에 해당되지 않는다. 보안관찰은 이른바 ‘공안사범’ 출신들에게만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 씨는 경찰이 자신의 동향을 파악하는 까닭을 이해할 수 없었고, 관할파출소를 찾아가 해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28일 장 씨를 만난 파출소장은 “파출소에서 일상적으로 실시하는 ‘방범심방’에 불과하다. 장 씨의 전력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범죄예방을 위해 무작위적으로 관내 가가호호를 방문하는 것이며 동향파악은 아니니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단 한차례도 방범심방을 받지 않는 가정이 있는 데 반해, 유달리 장 씨에게만 방범심방이 계속되는 이유를 파출소장은 설명하지 못했다.
다시는 아픈 기억을 상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경찰의 방문 때마다 기억을 상기해야 했던 장 씨. “다시는 방범심방을 가지 못하도록 조치하겠다”는 파출소장의 약속만으로 위로를 받을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