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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특집> 김대중 정부 1년을 돌아본다 ⑤ 집권 1년 인권상황 평가 좌담

사회권 영역과 인권운동의 과제

<토론>
차병직(변호사,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오창익(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
박성인(한국노동정책이론연구소 사무처장)
정춘숙(서울여성의전화 사무국장)


<사회>
박래군(인권운동사랑방 사무국장)


사회: 거대한 국가감시체계도 그대로 존속하고 있다. 도․감청 문제나 정치사찰이 계속되고 있는 원인들은 어디에 있는가?

오: 안기부가 이름을 바꿨다. 지하철에 스티커도 붙였지만, 무늬만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인권과 밀접한 기구들에 있어 중요한 건 로고나 슬로건이 아니다.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국민의 인권을 얼마나 수호하는가가 기준이 되어야 하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정: 김영삼 정권이 개혁에 실패한 이유는 관료개혁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 김대중 정부도 내부 구조조정이 안되고 있다.

박: 87년 이후 사회변화를 이끌어 나갔던 주체는 노동자와 일반 대중이었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 주체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는데, 그간 개혁의 주체였던 학생, 농민, 빈민, 노동자들의 운동은 개혁되어야 할 대상이 되었다. 국가권력에 대한 요구도 필요하지만, 기층 민중들이 개혁의 주체로 서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은폐된 것 중의 하나가 단위사업장의 모든 기본적 권리가 다 무너져버렸다는 것이다. 노조의 정치활동자유 등 노동자의 권리를 일정정도 진전시킨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실제 단위사업장에서는 10년 동안 쌓아온 단체협약이 유명무실화되었고, 조합원들은 전체적으로 무권리 상태에서 무기력과 패배감에 젖도록 만들었다.

사회: 사회권 영역을 평가해 달라.

차: 사회권 자체가 활성화된 적도 없었는데, IMF체제 이후 더 후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형식적으로 마련된 사회보장제도조차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것은 국가의 전문성 결여와 같은 기술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특히 비용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조세제도인데, 좀더 혁신적으로 누진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내가 속해 있는 변호사집단을 비롯해 고소득 집단에 대해서는 세율을 대폭 높이고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 거꾸로 가고 있다. 경제위기가 오니까 사회복지예산이 오히려 삭감되고, IMF라는 국가 위기상황에서 사회안전망 얘기를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없는 사람들과 사회복지 혜택을 제일 먼저 잘라내는 현실이었다. 지난해 구조조정을 할 때 별정직으로 있는 여성상담원들을 제일 먼저 잘랐는데, 힘없는 여성상담원부터 자르고 그들이 담당하고 있는 복지영역을 아무렇지도 않게 없애버렸다.

오: 정글의 법칙 같다. 꽃동네(충북 음성 부랑인시설)는 무제한적으로 지원하면서 정말 지원이 필요한 시설은 비인가 또는 기준미달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안 하고 있다.

사회: 사회적 약자의 문제는 어떠했는가?

오: 동남아 출신 외국인노동자들은 얻어맞고 강간당하면서 보상도 못 받는데, 똑같은 외국인노동자라도 백인들에겐 그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외국인노동자 문제에 있어서는 법을 집행하는 쪽이나 국민 모두 너무 천박한 차별의식을 갖고 있는 게 큰 문제다.

박: 김대중 정권 들어 노동의 유연화가 더욱 심해지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차이라는 문제가 발생했다. 조직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미조직노동자들을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사회: 앞으로 인권운동의 과제는?

박: 인권의 기본은 일해서 먹고사는 문제다. 지금 현실은 그러한 생존권부터 심각한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노동자와 민중이 겪는 생존권 문제에 진척이 없는 한 인권문제는 개선될 수 없다. 노동운동 또한 자신의 생존권에 집착하다보니 여타 인권상황에 무관심한 면이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인권사항에 대한 폭넓은 관심을 가질 때만 자신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정: 작년에 여성운동이 사회구조의 변화에 너무 무관심한 게 아니었나 하는 내부적인 반성이 있었다. 기준과 원칙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오: 현실적으로 자기 과제의 무게에 눌려 있고 패거리주의가 만연된 것이 문제다. 운동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안기부, 검찰, 경찰, 나중에는 국가인권위까지 인권관련 국가기구에 대한 감시운동을 구상하고 있다. 덧붙여 인권교육을 위한 민간전문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차: 인권운동의 초점 가운에 하나를 관료의 개혁으로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혁은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의식의 변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관료체계의 관성적 관행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가 되는 관료들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따져서 전국 관료들의 강령이나 지침으로 제시하고 요구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