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권위원회, 고용불안․소득불평등 심화 지적
IMF 체제 이후 한국의 사회권 상황 후퇴에 대해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아래 사회권위원회)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강력한 내용의 권고를 발표했다.
사회권위원회는 11일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사회권 조약)에 따라 한국의 사회권 상황보고서를 심사하고 ‘제안과 권고’, ‘가장 우려되는 분야’, ‘긍정적인 면’ 등 45개 항목에 이르는 최종견해를 발표했다.
사회권위원회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제금융기구와 협상할 때 사회권 조약상의 의무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거시경제 위주 정책이 사회권 실현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대량해고, 고용안정의 현저한 퇴보, 소득불평등의 심화를 가져왔으며 가정파괴가 증가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원회는 “급격한 경제성장 속도에 사회권을 보장하려는 노력이 못 따라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부 권리나 일부 계층의 권리가 경제회복 및 시장경쟁력을 위해 희생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IMF 체제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가 약 58%에 이른 시점에서 사회권위원회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해 강력한 권고를 했다. 위원회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더 낮은 임금을 받고 고용․건강보험적용률도 낮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지위에 대해 재고하고 사회권 조약상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강력히’(strongly)” 권고했다.
위원회는 또 파업권을 제약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노동자들이 경제․사회적인 이해 실현을 위해 파업할 권리가 있음을 상기시키고, “형사절차를 동원해 파업을 막는 것을 그만두고”, “공공질서 유지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범위 이상의 공권력 사용을 단념하라”고 촉구했다. 위원회는 이어 파업을 금지하거나 심지어 불법으로 여기는 것은 인정하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최근 대량해고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시위에 과도한 경찰력을 투입한 것에 대해 침통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1차 때는 “파업권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고, 합법여부를 판단하는 데 정부당국에 절대적인 재량권이 주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는 데 그쳤다.
위원회는 이외에도 △1차보고서 심의 때 발표한 ‘최종견해’의 재확인 및 수행 촉구 △교사와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 △조약의 국내법적 실현을 위한 방안 마련 △아동노동과 아동매춘에 대해 보다 효과적인 수단 강구 △민간개발로 인한 강제철거민에 대한 보상 및 가이주시설 제공 △노숙자 등에 대한 즉각적인 원조수단 마련 △공교육 체계의 수립 등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여성부의 설립과 유엔난민고등판무관 서울사무소 설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위원회는 또 최저빈곤선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실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수급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많은 사람들이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으며, 알려진 바에 의하면 예고 및 이유도 없이 생계급여액이 급격하게 삭감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사회권 조약)의 심의․해석 기관인 사회권위원회가 지난 95년에 낸 ‘최종견해’를 재확인하고 보다 더 강화된 내용의 권고를 발표함에 따라 정부가 이를 실현해야 할 의무는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