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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유엔 사회권위원회, 한국 사회권 현실 질타

지난 6년간 한국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25차 경제․사회․문화적권리위원회(사회권위원회)는 4월 30일, 5월 1일 이틀에 걸쳐 한국의 사회권 상황을 심사했다. 심사 내내 한국정부 대표에게 끊임없이 던져진 질문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이 보장하는 권리를 의무로 여기는가’였다.

한국정부 대표들은 매번 강하게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실질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시간과 재정적인 제약, 국민의 정서, 문화적 전통, 안보상황” 등을 핑계삼아 꽁무니를 빼곤 했다. 이에 대해 위원들은 대체적으로 △경제수준에 비춰 볼 때 사회권 보장이 미흡하다 △95년의 1차 권고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국가가 사회권을 의무로서 보장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평가했다.


한국정부, 사회권 철학 빈곤

한국정부대표단은 30일 기조연설에서부터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대한 ‘철학의 빈곤’을 드러냈다. 한국정부 대표인 외교통상부 강경화 국제기구 심의관은 “노동조합이 완강히 저항하고 있지만,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도입하려는 노력은 경제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트레이 위원(자메이카)은 “그렇다면 한국정부는 경쟁력을 위해 조약이 보장하는 권리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것이 한국정부의 철학인가”라고 도전적인 질문을 던졌다. 사디 위원(요르단)은 “아이엠에프와 구조조정에 대해 협의할 때 사회권 조약에 대한 의무가 직접적으로 고려되었는지”를 질문했다. 한국정부는 “사회권 조약의 권리들은 모두 헌법에 담겨 있고, IMF와의 협의 과정에서 헌법이 충분히 고려되었다”고 답했다. 위원들은 또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사회․경제적 권리의 침해를 조사․구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는 것을 문제삼기도 했다.


파업권, 단결권 침해 추궁

위원들은 95년 1차 보고서 심사 후 권고했던 주요 내용들이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대표적인 문제는 노동자들의 단결권 침해와 노조활동에 대한 공격이었다. 떽시에 위원(프랑스)은 “단결권은 결코 제약되어서는 안 되는 기본적인 권리”라며 “왜 아직도 공무원 및 교원 등에 대해 노동조합 결성권과 파업권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가. 또 합법파업과 불법파업을 구분하는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문화적 전통, 법의 준수 등을 근거로 단결권과 파업권을 불가피하게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떽시에 위원은 양규헌(전 민주노총 부위원장) 씨에 대한 실형선고(3자개입금지 위반), 금융노조 파업에 대한 형사처벌 등을 조목조목 따지며 “구조조정이나 노동법 개정을 요구하는 파업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문화적 전통이란 말로 단결권 침해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이주노동자 자녀교육권, 난민인정 문제도 지적

난민․이주노동자 등 소수자에 대한 정부의 조치도 중요하게 심사되었다. 우선 위원들은 지나치게 까다로운 난민인정에 대해 우려했다. 나아가 말리베르니 위원(스위스)은 난민신청자들이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정부가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사회․경제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주노동자와 관련해서는 자녀들의 교육권 문제가 특별히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인도적 관점에서 불법체류자의 자녀들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답변했는데, 이에 대해 체아수스 위원(루마니아)은 “아동들은 부모의 체류자격과 관계없이 침해당해서는 안 되는 교육의 권리를 갖는다. 이것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정부대표, 사실 왜곡도

교육과 의료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사적 부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주요 심사의 대상이 되었다. 위원들은 개인들의 비용 부담이 너무 커, 결국 저소득층 및 사회적 약자들이 교육과 의료에 접근하는데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정부대표는 낮은 의료보험료, 과열된 교육열, 물가인상 등을 들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인권교육을 위해 교사들에게 연수과정에서 지침이 제공되느냐는 질문에 정부 대표는 “그렇다”며 거짓 답변을 하기도 했다. 정부 대표는 또 “세입자들에게 주거대책을 제공하지 않고 강제철거를 하는 경우는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다”며 사실을 왜곡했다.

사회보장과 관련해서는 사회보험 적용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 문제시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의 생계급여가 실질적으로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에 충분한 지도 질문의 대상이었다.

문화영역에서는 표현의 자유 침해가 문제로 떠올랐다. 국가보안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로메로 위원(에쿠아도르)의 지적에 대해 정부는 국가안보의 특수한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고 궁색하게 답변했다.

한편, 한국정부는 대우차 노동자들에 대한 경찰폭력이 국제적 문제로 떠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박경서 인권대사를 비롯해 노동부․여성부․법무부․외교통상부․보건복지부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했다.

한국정부 2차 보고서 심사에 대한 최종견해 및 권고안은 5월 11일에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