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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준법서약 없이 복권도 없다

법무부, 8.15 특사 복권 조건으로 요구


법무부가 8.15 특사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복권대상자에게까지 준법서약을 요구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해 도입된 이래 ‘이름만 바뀐 사상전향서’라는 이유로 폐지 여론이 높았음에도 준법서약서가 이번 특사에서는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제부터는 특사 앞엔 무조건 준법서약서가 따라붙게 되었다.

법무부는 지난 21일, “복권 대상자에게 서약서를 권유해 제출자 명단을 27일까지 제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검찰 각 지청에 하달했다. 법무부는 이번 지시에 대해 ‘권유’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서약서를 쓰지 않을 경우 복권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준법서약서를 복권의 전제 조건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준법서약서 확대 강화

이같은 법무부의 지시에 따라 현재 각 검찰 지청들은 복권 대상자 중 서약서를 제출한 사람들을 따로 추려 명단을 다시 작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법무부의 지침은 법적인 근거도 없는 것이라서 문제가 된다. 이런 지적에 대해 법무부 검찰 3과의 사면복권 담당자라고 밝힌 법무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럼 꼭 풀어줘야 한다는 법은 어디 있느냐? 우린 선정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98년 2월25일 이후인 신정권에서 형이 확정된 사람을 구제해주는 의미에서 그 사람들에게만 준법서약서를 쓰라고 했다. 그러니 쓰지 않으면 사면복권도 없다”고 주장했다. 즉, 이 관계자의 말은 현 정권 출범 이후 형이 확정된 공안사범과 시국사범들에게 복권의 기회를 주기 위해 준법서약서 제출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말과는 달리 이번 사면․복권 대상자 선정에는 이전 정권 때의 형 확정자만이 아니라, 현 정권 이후의 대상자들도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양심수들이나 구정권 시절의 형 확정자에게도 준법서약서 제출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이 준법서약서가 복권대상자에게까지 확대됨에 따라 준법서약서를 거부한 해고 노동자 등 양심수들은 복직투쟁이나 공무원 시험 등의 활동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민가협․수가협 거리캠페인

집시법 위반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해고노동자 김아무개(26) 씨는 법무부로부터 이같은 통보를 받자 “올 하반기부터 복직투쟁에 들어가려 했으나 준법서약서로 인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상임의장 임기란, 민가협)와 수배자가족협의회(공동대표 유철근, 수가협)은 이번 법무부의 지침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항의집회와 함께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행동방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준법 서약서의 확대 적용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민가협과 수가협은 오는 8.15 특사 때 양심수의 전면 석방 등을 위해 7월말부터 8월초까지를 집중활동기간으로 선정, 26일부터 31일까지 ‘양심수 석방과 정치수배 해제를 위한 거리캠페인’에 들어갔다. 이들은 “8.15 사면을 앞두고 부정부패 정치인들의 사면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오랫동안 쌓아놓은 양심수, 정치수배자의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가협과 수가협은 26일 법무부에 양심수 명단과 8.15 사면․복권 관련 건의서를 제출한 데 이어 31일까지 매일 탑골공원 등지에서 집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