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권리보호 지침, 실효성 의문
노동부의 야심찬 기획작이 별다른 효과를 못 볼 것 같다.
노동부는 지난 3일 '1년 미만 단기계약근로자 근로기준법 지침'을 마련해 전국 46개 지방관서에 시달, 시행토록 했다. 이 지침은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노동부는 이 지침으로 일정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지침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조합원이 일용직 노동자들인 건설노련은 지침 마련에 환영의사를 표하면서도 "이 지침이 일용직 노동자들의 권리보호에 정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최명선 건설노련 선전홍보차장은 "건설시장의 현실상 쌍방 계약이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일용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사업주와 직업 알선소 등에 매어있는 현실"이라며 "이들이 사업주 등에게 근로기준법의 준수나 고용계약서의 작성 등을 요구한다는 것은 스스로 '일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상업연맹 역시 건설노련과 같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혜정 조직부장은 "근로기준법이 이미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이는 거의 지켜지고 있지 않아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보장 문구는 사문화된지 오래"라고 지적하고 "현재같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가는 현실에서 노동부가 감독에 역점을 두지 않는다면 지침 또한 머지 않은 시간 내에 사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노사 양측에 홍보도 안 해
또한 노동부가 이번 지침을 언론에 발표하고 지방관서에 하달하기는 했지만, 정작 법 적용을 받게될 노동자나 사용자에 대한 홍보는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노동부 근로기준과의 한 사무관은 "지침을 하부 관서에 하달하면 됐지 따로 사업주와 노동자에게 고지할 것이 뭐가 있겠냐"며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신문을 보아서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청계피복에서 일하는 한 일용직 노동자는 "거의 대부분의 동료들이 이런 지침이 발표된 것조차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든다한들 그것을 노동자와 사업주에게 홍보하지 않는다면 누가 법을 써먹을 수 있겠냐"며 노동부의 안이한 태도를 꼬집었다.
노동부가 마련한 이번 지침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고용계약서 작성 의무화 △천재지변 등과 사업주의 사정으로 인한 휴업 시 휴업수당 지급 △1일 8시간 근로, 이외 시간 노동에 대한 수당지급 △휴게시간, 휴일, 유급 생리휴가 등의 보장 △재해보상, 고용보험 적용 등을 골자로 한다.
■ 비정규직이란?
비정규직이란 크게 단시간노동자, 임시직(일용, 촉탁, 계약직), 파견노동자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외환위기이후 대부분의 기업이 퇴직금, 수당, 보험료 등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상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생활하고 있으며 이는 고용불안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