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 대표선출, 노조와 노동자 대립
"대표는 우리 손으로 직접 뽑는다!"
노조대표를 직선제로 선출하려는 노동자들이 간선 대표제를 고수하려는 노조와 한판 싸움을 벌어고 있다. 이번 투쟁은 지난 53년간 간선제를 통해 지속되온 철도노조 방향성을 가름짓는 투쟁이어서 노동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지난 1월 14일 대법원이 "3중 간선제를 통한 철도노조의 대표자 선출은 불법"이란 판결을 내림에 따라 철도노동자들은 「철도노조의 전면적 직선제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동대표 황영호, 공투본)를 건설하고 '직선제 노조대표 선출과 총회 개최를 위한 서명' 작업에 착수했다. 14일 현재 철도노동자 2만5천여 명 중 1만2천여 명의 서명을 받은 상황이지만, 노조는 회칙 에 총회규정이 없다며 총회개최를 거부하고 있다. 나아가 노조는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오는 24일과 25일 대의원 대회를 소집해 차기 대의원과 위원장을 선출할 방침이어서 노동자들은 노조사무실을 점거하는 등 강력 대응을 벌이고 있다.
53년간 계속된 100% 지지?
공투본의 이정순(수색기관차 승무지부 부지부장) 대변인은 "간선제를 통해 선출된 노조대표들은 사측에 의해 조종되온 어용노조였다"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인권과 복지는 철저히 짓밟혀왔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민주노조를 건설하고자 하는 투쟁이 계속돼왔지만 번번이 노조와 사측에 의해 무산됐다"며 "심지어 노조는 전권을 계속 잡기 위해 단독후보 출마 시 반대기표가 불가능한 투표용지를 사용해 100% 찬성으로 출마자가 무조건 당선하게 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지난 11일로 예정된 노조 중앙위원회를 실력으로 저지하고, 14일과 15일 노조대표의 사퇴 촉구와 총회 성사를 위한 집회를 개최했다. 또한 17일부터는 노조 사무실(서울 용산)을 점거하고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재 노조 사무실 주변에는 공권력이 배치된 상태다.
노조편 드는 노동부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동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비난이 거세다.
공투본은 지난 14일 노동부에 '대법원 판결로 무효화된 노조대표가 임의로 대의원 선거를 실시하는 것'에 대한 시정명령 요청서를 냈다. 또한 노조가 무효화된 만큼, 총회를 통한 새 대표 선출과 회칙개정이 요구된다며 노동부에 총회소집권자를 지명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분노한 노동자들은 22일 노동부를 항의방문 했다.
노동자들은 오늘 용산역에서 집회를 갖고, 노조가 대의원대회를 강행할 경우 이를 실력으로 저지하고 광범위한 노조 불복종운동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