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미 대사관 앞 '1인 시위'도 봉쇄
경찰이 집시법에 저촉되지 않는 1인 시위마저 가로막고 나섰다.
경찰은 17일 오전 미대사관 정문 앞에서 '홀로' 몸 벽보를 부착하고 서 있던 문정현 신부(「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상임대표)를 강제로 연행해 40여분 간 노상에서 '불법 감금'했다. 문정현 신부는 "노근리 사과, 소파 전면개정" 등이 적힌 '벽보'를 몸에 두른 채 이날 오전 10시 주한미국대사관 정문 앞에 침묵한 채 서 있었다.
근처에 있던 경찰은 10여분 동안 상부와 연락을 취하다 10시 10분 경 전경을 동원해 문 신부를 방패로 겹겹이 에워싸 옴짝달싹 못하게 했으며, 10여 분 후인 10시 20분 문 신부를 '번쩍 들어' 교보문고 지하도로 옮긴 후 40여 분 동안 붙잡아뒀다. 경찰은 오전 11시경에야 문 신부를 풀어줬다.
현행 법률은 주한 외국대사관 인근 1백미터 이내 지역에서의 집회를 금지(집시법 제11조)하고 있지만, 이날 문 신부의 행동은 집시법에 저촉되는 행위가 아니었다. 집시법 상 규정되어 있는 시위의 개념은 '다수인이 공동목적을 가지고…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최근 참여연대가 국세청 앞에서 삼성그룹의 불법상속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도 국세청 건물에 입주한 외국대사관 때문에 국세청 건물 앞에서의 시위가 원천적으로 불가해진 데서 비롯됐다.
종로경찰서 정보과 박 아무개 요원도 "집시법 상 집회를 못하게 돼 있는 곳이라도 1인이 몸 벽보 등을 부착한 채 침묵한다면 집회시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그는 또 "(현장상황을 모르지만) 만약에 경찰이 문 대표를 강제로 옮겼다면 집시법이 아닌 도로교통법을 적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오두희 집행위원장은 "가능한 모든 소송을 통해, 경찰이 불법적으로 집회를 가로막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걸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