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촛불집회,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요구가 거리로 모아졌다. 초 한 자루를 들고 거리로 나왔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를 ‘야간집회금지’라는 집시법 10조에 의해 제한 당했다. 경찰은 ‘불법’의 꼬리표를 들이대며, 시민들을 강제로 해산시켰다. 그로부터 약 1년의 시간이 지난 뒤 2009년 9월 24일 헌법재판소는 현행 집시법 10조 야간집회금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사전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 제21조제2항에 비추어 일반적 금지규정과 관할경찰서장의 조건부허용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집시법 제10조는 위헌이라고 얘기했다. 타인의 법익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모든 야간집회를 일반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이다.
그런데 2009년 11월 한나라당 조진형 의원은 ‘경찰서장의 허가 조항을 삭제하고, 옥외집회시위의 금지시간을 종전의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후에서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로 정한’ 집시법 10조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나라당 조진형 의원, 위헌적인 법안 발의
이 법안의 실질적 효과는 집회가 금지되는 시간대를 현행보다 다소 줄인 것에 불과했다. 고작 집회시간 3~4시간 늘려주겠다는 것. 헌법재판소의 취지를 왜곡한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집회시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개악 안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키려 했다. 한나라당은 야간집회에 관해 폭력의 위험성이 높고 시민의 수면권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맞서 인권단체들은 ‘야간통행금지법’ ‘촛불집회금지법’이라고 응수했다. 2008년 촛불집회 때에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경우는 전체 집회의 0.6% 안팎에 불과하다. 또한 인권단체들은 사생활의 평온이나 주요국가기관의 안전 및 교통소통, 소음 규제의 필요성 등은 현행 집시법의 다른 규정에 의하여도 충분히 규제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6월 임시국회에서도 한나라당은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로 시간을 완화하고 거주자 및 관리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 집회를 허용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 수정안 역시 시간을 2시간 늘리는 것 외 사실상 또 다른 허가제를 부활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집회시위 자유란 사회적인 공감대를 확대하기 위한 소통의 자리이다. 때문에 시간을 제한하지 않더라도 집회시위 주최 측과 참가자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국가가 특정한 시간대를 규정해서 그 시간에는 아예 못하게 하는 것은 기본권의 내용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위헌적 발상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6월 28일 집시법 10조 개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강행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집시법 10조는 2010년 6월 30일까지 효력을 유지하고 개정안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7월 1일부터는 효력을 상실한다. 7월 1일이면 그동안 금지되던 야간집회가 허용된다. 집시법 10조에 관해 헌법재판소의 사실상 위헌을 이끌어내기까지는 2008년 거리에서 쉼 없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외쳤던 사람들이 있었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는 집시법의 경계를 이해하고, 그 경계를 넘고자 시도한 불복종이 오늘의 야간집회 허용을 얻어낸 것이다.
경찰과 보수언론, 불안감(?) 드러내
한편, 7월 1일 시작될 야간집회에 관해 압박을 받고 있는 경찰과 보수언론은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7월 1일 이후 야간 집회신고 건수는 서울 1117건 등 전국적으로 3442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물론 이중 상당수는 기업이 해놓은 유령집회. 경찰은 야간집회에 폭력의 이미지를 덧씌우거나 시위로 변질되는 집회에 대해서는 해산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보이는가 하면, 엄청난 경찰장비를 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경찰은 올해 예산으로 다목적 차량을 구입한 상태. <뉴시스>에 따르면, 경찰은 야간집회에 대비해 관리장비 5개년 계획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다목적 차량(대당 1억8000여만 원), 차벽 차량, 위생차, 야광 조명등, 비디오카메라, 외근·발열조끼 등 17종의 관리 장비를 도입하며, 이에 총 564억7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수언론은 국민을 우매한 폭도로 낙인찍으며, 야간집회가 허용될 경우 치안 공백을 걱정하고 있다. 아시아경제(6.28)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치안공백이 우려되는 것은 물론 자칫 잘못하면 국가적 대사를 그르칠 수도 있다. 아울러 우리사회의 집회문화가 과연 야간집회를 전면 허용해도 좋을 만큼 성숙해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혼란과 적지 않은 국민 불편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일보(6.29)는 사설에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이 국민의 기본권 신장이나 안녕질서와 관계없는 정치적 공방(攻防)에 표류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여야 간 합의를 폄하시켰다.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집시법 10조를 삭제하거나 별도의 입법을 하지 않고 소멸시키는 것도 입법자로서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입법권한을 발휘하는 것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도 집시법 10조에 관한 또 다른 입법은 필요 없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집회시위의 자유가 필요하다.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시간․장소․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야간이라고 해서 집회를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집시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덧붙임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