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기본권 보다 공공시설물이 더 중요’

종로구, 집회 때 공공시설물 훼손하면 손배소송


종로구(구청장 정흥진)가 헌법상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보다는 공공시설물의 보전에 더욱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종로구는 16일 집회․시위 중 발생하는 공공시설물 피해에 대해 집회 주관단체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고건 서울시장에게 보고했다. 종로구는 이날 서울시 정례간부회의에서 지난 3월 30일 서울 종로일대에서 열린 ‘민중대회’의 사회적 비용이 최소한 17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이 중 공공시설물 훼손비용과 청소비용 등이 2536만 9천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종로구는 또 종로 3~4가 주변업소의 매출감소액까지 치면 그 비용은 훨씬 더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종로구청 기획예산과 관계자는 이번 발표배경을 묻자 “도심에서 시위할 경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도심 아닌 곳에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답해 도심시위를 제한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서울에서 도심 아닌 곳이 있느냐는 지적에는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종로구청 기획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이 ‘손해배상 청구’ 방안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해 8월 서울특별시가 교통혼잡 유발 비용을 집회 주관단체에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유보한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서울시장이 지난 해 추진하려던 방안을 유보한 교통관리실장을 질책한 것으로 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제민주연대 차미경 활동가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시위를 비용으로 환산할 수 있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차 활동가는 또 “모든 집회․시위는 항의하고, 분노를 표시하고, 기쁨을 나누는 장이다”며 “이는 민주주의라는 공공선을 위해 치뤄야 할 댓가”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난 해 8월 17일 “도심에서 개최되는 각종 집회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혼잡으로 시민불편이 가중돼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손실을 초래한다”며 “사회․경제적 손실 비용을 산정해 행사나 집회 주관단체에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인권․사회단체에서 기본권을 제약하는 행위라고 비판하자 유보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인권하루소식 2000년 8월 18일자)

종로구의 이번 발표는 지난 해 유보한 발상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교통혼잡 유발비용 대신 공공시설물 훼손에 대해 행사나 집회 주관단체에 부과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