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재단측 이사 버티기, 합의번복
2001년 4월 20일, 정부가 지정한 장애인의 날이긴 하지만 이 날을 ‘기념’할 마음이 전혀 안드는 장애인들이 있다.
4년 6개월 째 지속되고 있는 ‘에바다 사태’를 겪고 있는 청각장애인들이다. 배고픔과 추위 그리고 강제노역과 폭력을 견디다 못해 에바다 농아원 학생들이 스스로 떨쳐 일어난 ‘에바다’는 아직까지도 캄캄한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3월 2일, 에바다 재단 이사회(이사장 김종인)는 “신임 이사 3명 선임과 옛 비리재단 측 관계자인 현 교장 해임, 신임 교장 임명”을 결의 한 바 있다. 에바다 ‘정상화’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 합의는 1주일도 안 돼 깨어지고 말았다. 현재 이사회 구성을 꼼꼼히 살펴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겠다.
지난 해 7월 구성된 현재의 이사회는 에바다 농아원을 정상화시키고자 모인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아래 에바다 연대회의)가 추천한 2명과 옛 재단 쪽 관계자 5명이 결합한 이사회다. 에바다연대회의 쪽 의견이 수적으로는 통과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와중에 3월 2일 이사회 결정은 연대회의 쪽 2명과 옛 재단 쪽 2명이 ‘수적 균형’을 이루어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그 합의는 옛 재단 쪽 이사들이 합의를 번복하고 한 달 보름이 넘는 지금까지 버티고 있어 이행되지 않고 있다.
에바다연대회의 쪽이 주장하는 내용은 단순하다. “옛 비리 재단과 연루된 사람을 배제하고 민주적이고 청렴한 사람이 책임지는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과 또한 그런 사람들에게 에바다 농아원의 관리와 교육을 맡겨 에바다를 ‘정상화’ 시키자”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에바다 농아원에 장애인에 대한 폭력․강제 노역 같은 일들이 없지만, 옛 비리재단 쪽 사람들이 이사회나 학교에 지금처럼 남아 있는 한 그 인권유린의 ‘불씨’는 언제라도 큰 ‘재앙’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5기 전국에바다대학생연대회의 이지은 대표는 말한다. “중재자 역할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평택시청이나 경기도 교육청은 ‘법적인 노력을 다했다’며 수수방관하고 있어요.”, “우리가 바라는 정상화는 외형적 정상화뿐만 아니라 과거와 같은 사건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싹을 완전히 뽑는 것인데도 말이에요.”
96년부터 에바다에서 투쟁을 시작한 장애인들은 허름한 식당 터에 ‘해아래집’이라는 간판을 달고 생활하고 있다. 비리재단 쪽 사람들에게 쫓겨나 생활 겸 농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옛 재단측이 억대에 달하는 국고지원금을 횡령한 사실과 장애인들이 ‘복지시설’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있음을 고발한 사람들이다.
심지어 이들은 강요된 굶주림에 스스로 개밥그릇을 뒤지고 구멍 가게를 털었다고 고백한 사람들이다. 지금 이들이 ‘에바다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그 어떤 물질적 보상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들이 겪었던 처참한 아픔의 경험을 다른 ‘장애인’이 겪지 않도록 구조적인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것이다.